꿈틀거리면서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생동감, 세상의 속기(俗氣)를 걷어낸 고결함과 담백함. 추사체(秋史體)는 글씨이면서 글씨 그 이상이다. 추사체는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삶이었고 사상이었고 예술이었다.
추사의 서화와 그 동료와 제자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27일까지 계속되는 ‘추사와 그 학파전’.
이번 기획전은 간송미술관의 60번째 전시. 1971년 하반기부터 매년 봄 가을에 두 차례씩 특별전을 열어 이제 31년째를 맞이했다. 간송미술관의 전시는 봄 가을 두 차례, 그것도 꼭 2주씩만 개최된다. 간송미술관의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전시회가 열리면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세기초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추사의 주변에는 뜻을 같이하는 동료 후배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레 문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 기획전은 그 흔적을 만나는 자리다. 김정희 이외에 신위(申緯·1769∼1845) 조희룡(趙熙龍·1789∼1866) 김수철(金秀哲·1800 이후∼1862 이후) 허유(許維·1809∼1892) 대원군 이하응(李昰應·1820∼1898) 전기(田琦·1825∼1854) 등 21인의 서화 120여 점이 선보인다. 모두 간송미술관 소장품들.
전시작들은 ‘글씨는 그림처럼 쓰고 그림은 글씨처럼 그리라’는 추사의 ‘서화불분론(書畵不分論)’의 정신이 구현되어 있는 작품들. 극단적인 감필(減筆)로 대상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화풍을 구사하고 있다. 시대의 변혁과 문화의 재건을 위해 몸부림쳤던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정신세계와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무료 입장. 02-762-0442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