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아날로그 부모'의 한숨

  • 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57분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둔 40대 초반의 한 엄마. 평소에도 아이들은 참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최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그 친구 때문에 정말 디지털세대와 아날로그세대의 차이를 실감했다.

“정규야, 너도 경섭이랑 똑같은 게임기 갖고 있구나. 그런데 네 것이 좀더 크다.”

“아니에요, 경섭이 것이 더 커요.”

“아닌데? 네 것이 더 큰데?”

“아니라니까요, 제 것은 12개밖에 안 들어 있어요. 경섭이 것은 24개인데요.”

“…….”

엄마는 게임기 ‘자체의 크기’를 이야기한 반면 아이는 ‘내장된 게임 수’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산을 깎고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5학년인 딸이 환경파괴 운운하니까 아들이 하는 말.

“엄마, 건물을 ‘삭제’하면 안돼?”

8일 어버이날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아버지가 서운한 표정으로 “얘들아, 요즘은 어버이날 꽃 같은 것 안 달아 주냐”고 말했다.

둘이 동시에 하는 말. “메일로 꽃과 편지 보내드렸는데요. 메일은 매일매일 체크하셔야죠. 아빠는 우리와 정말 코드가 다르시네요.”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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