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가수 김건모를 만나러 그의 회사인 ‘건음기획’까지 갔는데 그는 한시간 늦게 나타났다. 김건모는 MBC PD가 갑자기 프로그램 출연을 의논하자고 해서 불가피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 PD도 김건모의 새 음반 발표(14일)를 앞두고 ‘스타 모시기’가 급했던 것이다. 김건모는 곧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한 코너인 ‘동고동락’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이는 김건모가 올해 서른 세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 엔터테이너’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사례다. 그의 ‘말발’이나 위트는 개그맨 뺨친다. 쌍벽을 이뤘던 신승훈이 ‘노래’ 외에 별재주가 없는데 비해 김건모는 ‘재주’가 넘친다. 그 때문에 오히려 30대 성인 가수의 이미지로 ‘연착륙’하는 게 쉽지 않다.
예를들면 그가 발라드를 노래할 때 어색해하는 팬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 그는 데뷔때부터 발라드를 타이틀로 내세웠으나 히트는 늘 댄스곡이 먼저였다.
새 음반(7집)도 발라드 ‘미안해요’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가사와 김건모 특유의 끈적끈적한 창법이 애절함을 더한다.
발라드를 먼저 내세운 이유는 성인 이미지의 강화 전략이다. 그는 “성인 뮤지션으로서 본격적인 변신을 꾀했다”며 “팬들이 ‘잘못된 만남’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바뀐 음색과 창법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건모는 이를 위해 새음반의 9곡 중 절반이 넘는 5곡을 발라드로 채웠다. 특히 수록곡 ‘굿바이 예스터데이’의 가사에서 ‘어제의 날 기억하지마/이젠 너무 부담스러워’라며 ‘현재의 김건모’를 새겨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섹스 비디오’ 파문으로 시달렸던 탤런트 오현경이 노래 ‘정’을 작사했다는 점이다. 오현정은 ‘정’에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왜 널 사랑하게 해/…/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요/ 믿은 만큼 아팠으니까’라고 쓰고 있다.
김건모는 “올해초 현경이가 귀국했을 때 만났는데 밝은 표정이었다”며 “그의 심경을 담은 가사가 곡의 분위기와 어울려 어렵지 않게 녹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김건모가 도모하는 ‘뒤늦은 성인식’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기획사에 따르면 음반 나오기 전 선주문이 40만장에 이를만큼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김건모가 과거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락 프로그램 고정 출연도 그렇고, 특히 수록곡 중 ‘짱가’는 여러 댄스 음악을 뒤섞은 퓨전으로 새 음반의 컨셉과 거꾸로 가는듯하다.
지난 6집은 60만장 선에 그쳤다. 방송가에서 머리 색깔을 문제시하자 TV 출연을 접어버린 탓도 있지만 2집 이후 처음으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엔 100만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흥행보다는 뮤지션으로서 내 음악을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19일 KBS 2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통해 새음반 수록곡을 TV에서 첫 선을 보인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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