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는 자연과 생명 에너지의 순환을 형상화한 조각품 90여 점, 드로잉 30여 점 등 총 120여 점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최만린은 해방 이후 국내 대학(서울대)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첫 세대 작가. 당시 많은 작가들이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추상미술의 한 사조)나 앵포르멜(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상응해 유럽에서 전개된 비정형 미술 운동)의 뜨거운 열기에 전도돼 기하학적 추상이나 실험미술 등으로 나아갔으나, 그는 이같은 흐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한국적 미학을 추구했다. 그가 서구 미술을 극복하고 도달한 곳은 동양적 생명세계였다.
상형문자인 한자(漢字)의 획에서 보이는 표상(表象)적 이미지를 3차원 공간에서 형상화한 ‘천지현황(天地玄黃)’ 시리즈와 남녀장승의 이미지를 상징화한 ‘일월(日月)’ 시리즈 등 60년대의 작품들이 그 시초였다.
이어 70년대에는 생명 에너지가 집약된 모태(母胎)나 음양원리에 따른 에너지의 흐름을 그린 ‘태(胎)’ 시리즈와 철을 산호초 모양으로 녹여 만든 ‘아(雅)’ 시리즈 등이, 80년대에는 표상적 이미지를 제거하고 작품 스스로의 내재율을 통해 에너지의 생성 변화 순환을 표현한 ‘점’과 ‘0’ 시리즈 등을 발표했다.
작품의 재질은 화강암이나 철 용접도 더러 있으나 대부분 브론즈.
80년대 이후 그는 대형빌딩이나 공공장소의 환경조형물도 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 자유공원 내에 설치된 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각’, 스페인 조각가 수비라치와 공동 제작한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조형물 ‘서울의 만남’, 독립기념관의 ‘통일기념의 탑’ 등이다. 이 조형물들은 전시장 한 곳에 마련된 대형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초 서울대 미대를 정년 퇴임한 최씨는 “일생동안 제작해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으니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관람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최만린 조각세계’ 강연회가 18일 오후 2시 삼성본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되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어린이 조각교실’(참가비 1만원)이 26일부터 전시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관람요금은 어른 4000원, 초중고생 2000원. 02-771-2381∼2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