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분당 '좋은 책을 읽는 주부들' 추천도서 지역학교에 권장

  • 입력 2001년 5월 16일 11시 21분


◇분당 '좋은 책을 읽는 주부들'-추천도서 선정 지역학교에 권장

"아이들 책 엄마가 먼저 알아야죠"

“딥스는 원하지 않는 삶을 엘리트 부모에 의해 강요받았어요.” (이정옥·37)

“맞아요. 그래서 딥스는 자폐증을 앓게 된 것입니다.” (이재경·35)

“딥스의 부모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데 딥스가 태어난 것도 보이지 않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류재신·39)

14일 오전 10시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실. 주부 8명이 사각 탁자에 모여 ‘자아를 되찾은 아이, 딥스’란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책은 극단적인 상황을 다뤘지만 우리 주변에도 ‘딥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요. 혹시 바로 우리 자녀가 딥스일 수 있어요.”(문경혜·39)

1시간 뒤 토론은 막바지를 달리고 있었다.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각자 고유한 자아가 있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자아를∼’를 추천도서 목록에 올렸다.

지난해 11월 분당차병원에서 분당 지역 주부들이 만든 ‘좋은 책을 읽는 주부들’의 소모임중 하나인 ‘또물또’가 벌인 토론의 한 장면이다. 또물또는 스스로 또 묻고 또 묻는 아이들을 뜻한다.

‘좋은 책…’은 출범 초기에는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독서지도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주축이 됐지만 지금은 회원의 70% 이상이 ‘보통 주부’다. 함께 모여 어린이 책은 물론, 성인 도서도 읽으며 좋은 책 정보를 나눈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하고 강의도 듣는다. 또 자녀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하며 학교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해준다.

‘삐딱하게 뒤집어 생각해라’의 저자인 김슬옹씨(41) 등 12명의 자문위원과 외부 전문가에게 미리 추천을 받은 책을 한 달 전에 읽고 토론한 다음 어머니,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정한다.

이선희 부회장(36)은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에게 책 읽기를 지도하니까 애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고 잠깐이지만 동심으로 돌아가는 ‘부수입’도 얻는다”고 말했다.

‘좋은 책…’ 회원 97명은 △또물또 △글타래 △한울회 △소금항아리 △꽃똥 등 사는 동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7개의 소모임에 속해 있다. 한 달 건너 ‘책 읽는 소리’란 회보를 통해 추천도서는 물론 글쓸 때 혼동하기 쉬운 낱말을 소개한다. 회보는 회원은 물론 성남지역 초중고 120개 등에 2000부가 배달된다. ‘좋은 책…’은 분당에 사는 주부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월 회비는 2000원.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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