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때 수도원에 입회해 로마의 성 안셀모 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인간의 실존분석에서 출발해 하느님에게로 향하는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주장해 유명해 졌다.
그의 저서로는 국내에 ‘아래로부터의 영성’(분도출판사) 등 12권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
-참된 기독교적 ‘영성’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내면에 이미 성령의 샘과 같은 것이 내재돼 있어서 자기 자신과 투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샘이 이들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두꺼운 콘트리트 벽이 이들과 샘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내 안의 샘’을 어떻게 만날 수 있나요?
“수도자가 기도하려고 하면 먼저 자신의 생각과 갈망이 등장합니다. 그는 이런 생각과 갈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것들과 화해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것들을 변화시키시도록 드러내놓아야 하지요.”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말이 불교의 선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저 역시 과거 선 체험을 통해 기독교의 묵상을 새로 만나게 됐습니다. 기독교의 묵상은 불교의 참선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동방교회 전통 중에 ‘예수기도’가 있습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숨을 들이쉬면서 ‘예수님’, 숨을 내쉬면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반복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목표는 말에 집착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잠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교의 선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차이가 있어요. 불교에서는 자기 안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욕망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저는 ‘사라진다’ 대신에 ‘화해하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어요. 욕망 속에는 하느님을 향한 동경이 들어있습니다. 즉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는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바램이, 성에 대한 욕망에는 자신을 초월해 남과 하나가 되려는 바램이 들어있어요. 욕망이 없어지면 삶은 활력을 잃게 됩니다. 욕망과 우리는 등돌리는 관계가 아니라 대화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성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어떤 것인가요?
“심리학적으로 참된 관계를 이끌어 갈 능력이 부족할 때 남녀는 급하게 성관계로 직행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한 남녀 관계는 천천히 만들어집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영성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인가요?
“지금 우리는 심리학을 통해 종교적 의식이 얼마나 큰 치유력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카톨릭 신도 가운데 어떤 사람은 묵상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어떤 이는 성서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루 일과 중에도 종교적 의식을 위해 가끔 일을 멈추는 것이 중요해요. 종교적 의식을 통해 일상생활의 갈등 대신에 하느님의 치유와 사랑의 손길이 우리를 이끌어 가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국내에 출판된 그의 또다른 번역서로는 ‘그림으로 보는 하느님의 신비’(분도출판사), ‘올해 만날 50천사’(분도출판사) 등이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