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행명소로 떠오른 추억의 영화-드라마 촬영현장

  • 입력 2001년 5월 18일 10시 31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분위기 잡으면 나도 주인공!”◇

드라마나 영화는 감동의 울림만큼 여행의 명소를 만들어낸다. 남녀 주인공들이 살아 숨쉬던 장소인 촬영지는 드라마나 영화가 끝난 후에 더욱 사람들에게 그리움으로 기억되며 감동과 추억의 장소로 바짝 다가선다.

대리 만족이라는 기쁨도 선사해주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촬영지를 찾아가 보자.

◇<가을동화>의 촬영지 ‘아바이 마을’◇

■끝없이 펼쳐진 ‘갈대 바다’가 인상적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준서(송승헌 분)와 은서(송혜교 분)가 갈대 바람을 맞으며 아픈 사랑을 속삭였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속초 아바이 마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여운포리에 있는 이 마을은 고향을 북쪽에 둔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흐드러진 갈대밭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듬성듬성 소나무가 서 있을 뿐 온통 갈빛이다.

여운포리와 맞닿아 있는 마을인 상운리에는 상운초등학교가 있다. 이제는 폐교되어 학생들은 다니지 않고 상운초등학교란 현판 대신에 ‘핸드 메이드(Hand Made)’라는 간판이 달려 있다. 소설가 김하인씨와 도자기를 굽는 정재남, 김경동씨가 살고 있는데 카페를 운영하며 도자기 소품을 만들어 판다. ‘핸드 메이드’는 <가을동화>에서 준서의 작업실로 사용되었으며 김하인씨의 소설 <국화꽃 향기>에서는 암에 걸린 여인 미주와 그의 남편 승우가 마지막 사랑을 나누었던 곳으로 등장한다. 소설에서 승우는 죽어 가는 아내와 함께 이곳 운동장의 은행나무를 돌며 춤을 추었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갯배’라는 철선을 타고 줄을 끌어 타고 가는 모습이 도회적인 아이들에게는 매우 이색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서 가족의 의미,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하다.

▶연계 관광지

여운포리 남쪽은 하조대. 흔히 해수욕장을 떠올리지만 하조대는 멋진 바위에 들어앉은 정자이다. 조선의 개국공신이었던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렀던 곳이어서 하조대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대에 오르면 양쪽으로 커다란 바위 두개가 펼쳐진다. 오른쪽 바위는 가지를 뒤튼 노송을, 왼쪽 바위는 등대를 얹고 있다. 계단과 오솔길을 따라서 두 바위를 오갈 수 있다. 바위 사이에 들어와 있는 바닷물의 색깔이 곱다. 해수욕장은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약 1km를 더 들어가야 있다.

▶문의 033-633-3171

▶ 가는길

버스 : 강남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양양행 고속버스를 탄다. 양양에서 하조대행 직행버스를 갈아탄다.

승용차 : 영동고속도로-강릉-하조대-아바이마을

◇영화 <편지> 촬영지 경강역◇

■내리고 타는 길손 드문 작은 간이역

물안개 피어오르는 강가, 무서리가 내려앉아 하얗게 되어버린 산등성이, 이따금 덜컹거리며 지나치는 열차… 경춘선 중간에 자리한 간이역인 경강역의 새벽 풍경은 고즈넉함 그 자체이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왕복하는 열차가 전부이며 하루 동안 경강역에 정차하는 열차는 총 12회뿐이다. 이상해 보일 정도로 한적한 경강역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최진실과 박신양이 출연했던 영화 <편지> 때문이었다. 영화에는 역 앞에 화분을 놓아 두어 무료로 가지고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편지>의 촬영지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역’이라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최근엔 CF 촬영이나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수가 늘어났다.

경강역은 앞에는 물, 뒤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비경을 자랑한다. 역 뒤쪽은 봉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역사 앞 철길 너머로는 북한강이 한가로이 흐르고 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과 철길을 가로질러 세워져 있는 춘성대교 위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같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떠나 가족과 함께 한가로운 기분에 잠기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장소이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상쾌하기 그지없다.

▶연계 관광지

신동면 실레마을의 김유정 생가 터를 들러볼 만하다. 금병산 자락에 자리한 이 마을은 지형이 떡시루를 닮았다 해서 실레마을이라고 불린다. 이 마을은 따스한 인간미와 향토색이 묻어있는 김유정 작품 대부분의 무대가 된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금병산을 등반해보는 것도 좋을 듯. 금병산의 등산로는 ‘만부방길’, ‘봄봄길’, ‘산골 나그네’, ‘금따는 콩밭길’ 등 김유정 소설의 제목에서 이름을 빌린 것들이 많아 문학적인 흥미를 갖는데도 도움이 된다.

▶문의 033-263-7878

▶ 가는길

기차 :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경강역에서 내린다.

승용차 : 서울-청평-가평-경강역

◇제천 <태조왕건> 촬영장◇

■청풍호 주변의 작은 민속촌

제천시 남쪽 금성면의 무암사와 무암계곡 입구 조금 못 미친 지점에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3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청풍호의 전경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그 호수변 1만2천 평의 부지에 수군관아 4동, 초가 20동, 망루 2동, 선착장, 선박 4척 등 태조 왕건 세트가 들어서 있다. 고려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후삼국시대의 국제 무역항 구실을 했던 개성 예성강변의 벽란도 포구 모습을 재현해놓고 있다. 작은 민속촌을 찾아간 듯한 분위기를 준다.

▶연계 관광지

첫사랑의 기억과 사회적 구조라는 거대한 장벽에 일그러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가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진소마을에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20년 전 첫사랑과 함께 소풍을 갔던 철교, 충북의 동강인 제천천, 고즈넉한 산자락 등 자연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들러볼 만하다.

청풍문화재 단지도 좋은 학습의 장. 선사시대부터 남한강을 이용한 수운이 발달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문물이 번성했던 곳으로, 고려 충숙왕 4년(1317)에 군으로 승격되고 조선 현종 원년(1660년)에는 명성황후의 관향이라 하여 도호부로 승격, 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마을과 함께 많은 문화재가 수몰됨에 따라 1982년부터 3년여에 걸쳐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를 이곳으로 이전했다. 한벽루를 비롯한 보물 2점, 고가 및 관아건물, 향교 등 지방 유형문화재 10점, 비지정문화재 32점, 그외 생활유물 1천 6백여 점이 수집 전시되어 옛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역사문화의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의 043-640-6282

▶ 가는길

버스 :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제천에서 내린다. 수산, 덕산행 시내버스로 금성 성내리 촬영장 하차.

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I.C-제천 시내-597번 지방도를 타고 금성소재지 경유-태조왕건 촬영장(금성면 성내리)

◇영화 <시월애>의 촬영지 우도◇

■특색있는 제주 섬마을 풍경, 백사장 압권

제천시 남쪽 금성면의 무암사와 무암계곡 입구 조금 못 미친 지점에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3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청풍호의 전경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그 호수변 1만2천 평의 부지에 수군관아 4동, 초가 20동, 망루 2동, 선착장, 선박 4척 등 태조 왕건 세트가 들어서 있다. 고려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후삼국시대의 국제 무역항 구실을 했던 개성 예성강변의 벽란도 포구 모습을 재현해놓고 있다. 작은 민속촌을 찾아간 듯한 분위기를 준다.

▶연계 관광지

완만한 경사를 이룬 비옥한 토지, 풍부한 어장, 우도팔경 등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천혜의 경승지인 이곳은 제주 해녀와 돌담길, 돌무덤 등 제주도만의 독특한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어 마치 제주도를 축소시켜 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특히 이곳은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영화 <시월애>의 촬영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촬영장소였던 산호사 해수욕장 주변을 거닐다 보면 산호가 부서져 형성된 새하얀 모래사장과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비경 외에도 바다낚시, 자전거하이킹, 주요명소 버스관광, 잠수함 및 유람선 관광 등 즐길 거리가 많아 관광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섬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132m)에 오르면 발 아래로 섬 전체의 아기자기한 풍광이 내려다보이고, 눈앞에 성산 일출봉을 포함한 제주 본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도 섬 남쪽에는 ‘광대코지’라고 하는 기이한 암벽 밑으로 파도에 의하여 생긴 해식 동굴이 여러 개 형성되어 있는데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푸른 빛깔의 투명한 바다위로 햇살이 비치면 동굴 안으로 하얗고 둥근 보름달이 서서히 떠오르는 환상을 보게 된다. 이를 가리켜 지역 주민들은 대낮에도 달을 본다고 일컬어 왔다. 우도 팔경중 일경으로 꼽히는 주간명월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유람선을 타면 우도팔경 및 성산 일출봉 해양공원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문의 064-783-0004

▶ 가는길

제주터미널이나 서귀포터미널에서 성산까지 직행버스를 탄다. 성산 부두에서 우도행 배를 탄다.

<글·최미선 기자> tiger@donga.com

<취재·장옥경 (자유기고가) 사진·정경택 기자,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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