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이러한 심리를 꿰뚫어 본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자아와 에고로 나누기도 했다. 자아는 정상적인 의식인 반면 에고는 그 아래 숨어 있는 본능적인 욕망이다. 아마도 섹스에서 가장 이중적인 모순은 ‘강제로 하는 성행위는 부도덕하다’는 것과 ‘때론 나도 강제로 당해보고 싶다’는 욕망의 갈등일 것이다. 예전에 성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한 남성 출연자는 “남자들도 때로는 당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했다. 어느 정도까지가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심리 밑바닥에는 ‘당함’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남자들이 원하는 ‘강간’은 일종의 ‘펠라티오에 대한 욕구’로 해석할 수 있다. 펠라티오는 여성이 입으로 남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섹스의 한 종류이다. 왜 이런 유의 섹스가 남성들의 ‘강간’과 ‘당함’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것일까. 이는 곧 남성에게서 섹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여성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좀더 오래 그리고 길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 부담감 없이 그저 여성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다 보면 어느덧 이런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스스로 우월감에 사로잡혀 행복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여성들이 이런 ‘불쌍한 남성’들의 욕구에 적극 호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펠라티오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불결하고 더럽다’는 느낌을 갖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섹스는 남-녀 간 커뮤니케이션이자 공동의 노력이다. 아내도 한번쯤 남편의 ‘강간’ 욕구를 세심히 살필 의무가 있는 것이다.
< 정규덕/ 부산 호텔롯데 EzWELL비뇨기과 원장 www.DrJu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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