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엔 왜 꼭 이를 닦아야 하고 아이스크림은 왜 하루 한 개 이상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엄마 아빠는 왜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안 된다고 하는 걸까? 엄마 아빠는 날 미워하는 게 분명해.’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으로 밤잠을 설쳐본 기억을 갖고 있다. 이 책 역시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가 해달라는 것마다 안된다고 말하는 엄마 아빠에게 화가 난 렝켄은 요정을 찾아가 마력을 가진 각설탕 두 조각을 얻는다.
각설탕을 먹은 엄마 아빠는 렝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국 엄마 아빠의 키가 손톱 크기만큼 줄어들자 두려움을 느낀 렝켄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요정이 시키는대로 각설탕을 대신 먹고 무조건 엄마 아빠 말씀을 따른다. 이 과정에서 렝켄은 엄마 아빠의 참사랑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
저자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시련을 주고 ‘입장 바꿔보기’를 경험하게 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렝켄의 잘못된 생각을 꾸짖기만 할 게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불만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그 의견을 무시하게 마련인 어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어른들도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책 곳곳에 그려넣은 예쁜 삽화들이 눈에 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전개한 점이 돋보인다.
미카엘 엔데 지음 진드라 케펙 그림 유혜자 옮김 92쪽 6500원 소년한길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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