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하의 카툰월드]윤승운씨의<날아다닌 바위의 전설>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20분


◆명랑만화는 계속되어야한다

윤승운 <날아다닌 바위의 전설> (재능출판)

서울 불암산 자락과 맞닿아있는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의 한 과수원에 만화가 윤승운이 있다. 윤승운, 그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설레며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70년대와 80년대의 유년 시절을 통과한 독자들에게 윤승운과 ‘요철 발명왕’ ‘두심이 표류기’ ‘금봉이’ 등 말썽꾸러기가 등장하는 만화는 추억 속의 친근한 얼굴들이다. 이후 윤승운은 만화잡지 ‘보물섬’에 ‘맹꽁이서당’을 연재하며 ‘역사’라는 화두를 붙들었다.

윤승운이 역사를 풀어내는 방식은 철저히 인물 중심이었다. 조선 왕의 이야기를 그린 ‘맹꽁이 서당’은 물론 ‘겨레의 인걸’ ‘나도 큰 인물이 될래요’와 같은 만화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다루고 있다.

한 소년신문에 연재된 후 3월에 단행본 3권으로 묶인 ‘날아다닌 바위의 전설’은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허구적 인물에 기초한 전형적인 70년대 윤승운풍 명랑만화다. ‘맹꽁이 서당’ 이후 오랜만에 말썽꾸러기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짧은 페이지의 에피소드 모음이 아니라 단행본 3권이 하나의 서사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돼 이야기를 읽는 맛도 빼어나다.

촉새는 방학 때 친구들과 외갓집에 내려간다. 기차역을 잘못내려 산길을 걸어가던 촉새는 큰 바위에서 구멍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지만 동행한 친구들은 촉새를 찾지 못한다. 바위의 구멍은 촉새에게만 보였던 것.

우여곡절을 거쳐 외할머니댁에 도착한 촉새와 친구들은 동네 김판서 아저씨로부터 ‘날아다니는 바위 전설’을 듣게 된다. 그 이야기는 세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의협심에 불타는 숯장수 아들.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에 분개하다 역적으로 몰린다. 그는 알봉바위로 몸을 피했지만 결국 아버지가 죽고 만다. 이후 그는 불가에 귀의한 뒤 도를 닦아 큰 스님이 된다.

그리고 큰 스님이 낡은 암자를 지키던 날 세번째 주인공인 양반집 도련님이 암자로 뛰어든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주인공은 날아다니는 바위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그러나 그 역시 역적으로 몰려 산채로 들어가게 된다. 모험이 모험을 낳고 웃음과 재미를 낳는 전형적인 맛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윤승운은 몇 개의 익숙한 아이콘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다. 동그라미에 ∧과 ○만으로 장난기 넘치는 눈을 그려낸다. ∧과 ∧이 연속되어있으면 전형적인 웃는 표정이 된다. 때론 난처함을 상징하는 ≡ 모양도 등장한다.

이렇게 윤승운의 명랑만화는 몇가지 기호만으로 성격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명랑만화의 힘은 이런 자연스러움이다. 작가가 만화 안에 들어와 있고, 독자 역시 만화 안으로 들어가 작가와 독자가 만나 칸 안에서 함께 한다. 그 신비한 매력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박인하(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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