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을 수놓는 음악은 그의 ‘레퀴엠’(장송미사곡) 중 ‘눈물의 날’. 가없는 슬픔의 멜로디가 제목 그대로 안방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영화팬은 조심해야 한다.
감동한 나머지 CD점에 가서 모차르트 ‘레퀴엠’을 산다. 집에 돌아와 ‘눈물의 날’ 트랙을 틀어놓고 영화의 감동을 반추한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점점 처음 듣는 음악 같다. 영화에서 시체가 공동묘지에 떨어지는 순간 울리던 ‘아멘’의 유니슨(제창)은 간데없고 처음 듣는 푸가 합창이 울려나온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바로 영화에서 보듯이 모차르트가 작곡 도중 죽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눈물의 날’ 처음 여덟마디까지를 완성해 놓고 다시 못 올 길을 떠났다. 부인 콘스탄체는 영화에나오는 ‘가면 쓴 의뢰자’에게 작곡료를 받기 위해 남편의 제자였던 쥐스마이어를 시켜 곡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음악가의 문헌연구가 유행하면서 이 ‘레퀴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쥐스마이어는 스승의 작업을 마무리할 음악적 지식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였다.
그래서 20세기의 음악학자들 몇몇은 ‘모차르트가 중단한 지점’에서부터 악보를 다시 완성하겠다고 나섰다. 랜든, 바이어 등 여러 사람이 제각기 다른 연구성과를 악보로 마무리지었다. 80년대 CD시대가 개막된 뒤 이 새 악보를 CD로 내놓는 연주단체가 많아졌다. 요즘 CD로 듣는 ‘눈물의 날’이 제각기 다른 이유다.
작곡가가 죽으면서 마무리하지 못한 작품이 있을 경우, 그것이 마무리되는 형태는 대개 세가지다.
첫번째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처럼 작곡가가 작업을 마무리할 사람을 지정하는 경우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마지막 부분을 써내려갔지만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가 사랑을 완성하는 2중창이 너무 빈약하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또하나는 말러 교향곡 10번처럼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달라 붙어 나름대로 곡을 완성하는 경우다. 이 작품은 바그너 연구로 유명한 음악학자 데릭 쿠크가 1950년대 최초로 ‘연주용 악보’를 완성했고 그 이후 많은 연구자가 이 악보를 보완 수정한 나름대로의 악보를 내놓았다.
마지막 경우는 어찌어찌해서 ‘정본(正本)’이 생겼으나 훗날 뒤늦게 그 권위가 도전받는 경우다. 모차르트 ‘레퀴엠’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유윤종 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