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믿을 남자 없네"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30분


“남자가 한 세 살쯤 많아야 한다니까.”

“무슨 소리야, 요즘 세 살 차이면 ‘영감’이랑 사는 거야. 동갑이 제일이지.”

결혼 상대로 이상적인 나이차에 대해 입씨름을 벌이던 25세 동갑내기 세 여성.

정모씨가 ‘연하 결혼 불가론’을 외쳤다.

“친구 연하 남자친구가 사귈 때는 ‘오빠’라고 부르라더니 싫증나니까 ‘누나, 그동안 고마웠어요. 좋은 형 만나 행복하게 사세요’ 그랬다더라.”

이에 반격하는 박모씨.

“그래도 동갑보다는 낫잖아. 우리 언니 남자친구는 헤어질 때 ‘많이 즐거웠다. 너랑 티격태격 지내면서 사랑에 대해 많이 배웠어. 다른 사람 만나게 되면 이제는 실수없이 잘 해줄거야’ 하더래. 뭐 동갑이 ‘연애실습대상’이냐?”

잠자코 있던 김모씨가 입을 뗐다.

“최악은 뭔지 알아? 대학 1학년때 일곱살 차이나는 복학생이랑 사귀다 차였는데 그 선배가 하는 말이 ‘네가 사랑에 대해 알게 될 만큼 성숙해 질 때쯤, 내 머리는 이미 희끗해졌겠지?’ 하더라. 진짜 이 세상에 믿을 남자 없어.”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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