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역사교육과 지수걸 교수는 21∼24일 열리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무엇이 문제인가’ 특강(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주최 한국역사연구회 교보문고)에서 ‘우리의 역사교육은 올바른가’(24일)를 강연한다.
◇日역사교과서 왜곡 관련 특강◇
지 교수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에서 “한국 역사교과서의 왜곡 문제도 일본 못지 않게 심각하다”면서 “일본을 비난하기 이전 우리 역사교과서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 교수가 밝히는 한국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국가와 민족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이름이 ‘일본사’인 반면 한국 역사교과서의 제목은 ‘한국사’가 아닌 ‘국사’라는 점만으로도 쉽게 증명된다는 것. ‘국사(國史)’라는 말에는 무엇보다 국가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는 시각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객관성 면에서 소홀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내용적으로도 국사 책의 상당부분이 ‘우리 민족’을 주어로 서술돼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민족은 이와 같은 민족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했다(고교 국사 하 126쪽)’, ‘왜란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이 지닌 잠재적 역량이 우월했기 때문이었다(〃 국사 상 188쪽)’는 등의 표현이 그것.
지 교수는 “국가와 민족에 치우친 역사 서술은 다양한 관계와 질서 속에서 전개된 한국사의 전반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지 교수는 한국 역사교과서가 자국 민족과 국가를 신성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현재 일본 역사교과서가 일본의 국가와 민족, 천황을 초(超)역사적 존재로 전제한 뒤 이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복종을 강요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국사교과서도 이와 유사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 조선 등 새로운 정권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를 미화하는 역사 서술을 했으나 우리 국사교과서는 이를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주장이다.
신비화된 국가 및 민족 담론은 국가나 민족주의의 한계와 약점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지교수는 지적했다.
지 교수는 이번 강연에 대해 “일단 우리 역사부터 바로 잡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 대응을 하고 싶었다”면서 “역사왜곡 논쟁을 생산적 방향으로 이끌려면 동일한 잣대로 서로의 문제를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배재대 강창일 교수가 ‘침략과 왜곡의 역사적 뿌리’(21일)를, 한신대 하종문 교수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그 내용은’(22일)을, 국민대 이원덕 교수가 ‘일본 우익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23일)를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