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최인훈 서울예술대교수 퇴임 강연

  • 입력 2001년 5월 20일 23시 39분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서울예술대 교수(65)가 19일 오후 서울예술대 남산캠퍼스 동랑예술극장에서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강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77년 이 학교에 문예창작과가 신설됐을 때 부임한 최 교수는 25년 동안 이 학교 강단을 지켜왔다. 주로 문예창작론을 강의하며 많은 문인을 배출하는 데 기여했다.

최 교수는 이날 마지막 강의에서 ‘예술은 유희’라는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했다.

“예술은 겉으론 엄숙하게 폼을 재지만, 사실은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돌격 5분 전에 휴식을 취하면서 부르는 노래와 같은 것입니다.”

그는 또 새로움만 추구하고 있는 요즘의 경박한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시대마다 예술은 변화하지만 새롭다는 것으로 권위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과 똑같은 울림을 주어야 합니다. 새롭지만 또한 구닥다리여야 하는 것이죠.”

그는 “여기서 들은 얘기는 예술의 천기(天機)니 절대 다른 곳에서 발설하면 안 된다” “일찍이 선(禪)에 관심이 많아 작가가 안됐으면 대처승(帶妻僧)이 됐을 것이다”는 등의 말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의 후 그는 제자들이 ‘광장’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펴낸 소설집 ‘교실’(문학동네)을 작가 신경숙씨로부터 헌정받았다. 이 소설집은 하성란, 마르시아스 심 등 20명의 제자 작가들이 각기 자신의 작품을 수록한 것.

최 교수는 다음 학기부터 명예교수가 되어 일주일에 3시간씩 강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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