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데뷔해 90년대 후반을 쥐고 흔든 이 보이 밴드의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이 최근 기획사 이전을 발표했다. 데뷔 앨범부터 지난해 발매한 ‘아웃사이드 캐슬'까지 연이은 밀리언 셀러 등극과 최대 콘서트 관객 동원 기록을 갱신했지만 HOT도 영원한 팀으로 남을 수는 없게 된 셈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일한 이름으로 멤버들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활동하는 밴드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음악적인 관점 차이, 멤버간의 갈등으로 밴드들의 이합집산은 계속된다.
그룹의 음악적인 완성도나 멤버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소속사의 적극적인 기획으로 만들어진 보이 밴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80년을 풍미했던 뉴 키즈 온 더 블록, 테이크 댓 등 인기 외국 보이 밴드들이 단명한 것만 보아도 그건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팬들이 외치는 ‘HOT Forever’라는 단어는 음악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길 원하는 팬들의 작은 바람처럼 들린다.
보이 밴드의 지속적인 활동여부는 일부 팬들의 끝없는 구애보다 밴드가 가진 상품성으로 결정된다. 애초부터 보이 밴드의 출발은 철저한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고 귀여움, 친근함 혹은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각자의 개성을 창조한다. 그리고 밴드의 음악성보다는 기획 상품으로서 10대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그 생명력이 다하면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HOT의 쉼 없는 인기몰이는 지난 공연의 관객 동원이나 중국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에서 보듯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HOT 스타일의 강한 도입부와 멜로디 위주로 편성된 후렴구로 반복되는 음악은 여전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강타의 음주파문이나 문희준의 연이은 부상 등이 이어지면서 요 몇년 사이 활동이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HOT의 데뷔 시기와 함께 해온 팬들은 성장하고 있고, 10대들은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새로운 스타를 원하고 있다. 아직 각자 멤버들의 정확한 행보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 세 멤버는 새로운 이름으로 가을에 앨범을 발표하고 강타와 문희준의 솔로 데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비록 그들의 잇단 행보가 또 어떤 영향을 10대들에게 미칠지 알 수 없지만 멤버들을 둘러싼 새로운 기획을 구상할 것이고 다시 팬 앞에 설 것으로 보인다.
‘HOT'가 그들이 히트 시킨 '열맞춰', '행복', '빛' 같은 음악과 함께 팬들의 곁에 남는 길은 앞으로의 음악에 새로운 무엇을 담는 일이다. 그리고 그간 '가요계의 다섯 전사’함께 활약해온 HOT의 수호천사 역시 HOT 멤버들의 새로운 길을 지켜봐 주는 성숙한 의식으로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