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자중고생 위한 과학프로그램 인기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33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중암중 3학년 김소진양(15·서울 마포구 성산동)은 과학반 활동을 한다. 매달 한번 토요일 하루 동안 하는 과학반 활동에서 최근에는 머리 염색과 블리치(bleach) 방법을 실험했다. 과산화수소수의 분행반응을 이용한 실험이다. 김양은 이를 통해 △염색약의 성분은 염기성 염모제와 산화제이며 △염색제가 모피질 안에서 화학변화를 일으키면서 커다란 색소 분자를 만들어 머리가 염색되고 △과산화수소가 염기성 물질에 의해 분해돼 발생한 산소기체가 머리카락의 색깔을 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양은 또 파마가 환원제를 이용하는데 반해 염색은 산화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염색을 하고 나서 1주일 정도는 파마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염기성을 띠는 물질에 머리카락을 넣으면 머리카락이 녹아요. 머리 염색이 모발 건강에 좋지 않다는 뜻이지요.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 과학을 배우니까 너무 쉽고 재미있어요.”

중암중이 사용한 프로그램은 정부가 여성 과학인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한 여학생 친화적 과학 프로그램. 우주, 에너지, 물, 통신, 미(美) 등 5개 분야 27개 실험 활동으로 꾸며져 있다.

지난해 서울 부산 광주 등 7개시 14개 중고교에 이어 올해는 경기 강원 등 9개 도의 9개 중고교가 시범학교로 지정돼 특기 적성 활동시간에 이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서도 과학반 활동 교재로 인기가 높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여학생들을 위해 고안됐지만 생활 소재를 활용한 재미있는 실험들이 많아 남학생들도 좋아한다.

실험방법에 대한 자료는 중고교 과학교사 단체이자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의 홈페이지(www.tes.or.kr)와 여성부 정책개발평가담당관실(02-2106-5196)에서 구할 수 있다.

◇과자 열량 측정-아이콘 개발…너무 재밌네

▽날씬한 새우깡〓음식의 열량을 연소열 측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해보는 실험이다. 음식물이 몸 속에 들어가 소화되면서 발생하는 열량은 사람의 주요 에너지원.

열량은 복잡한 화학 반응을 거쳐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산화의 과정이다. 그래서 음식물을 공기 중에서 연소시켜 연소열을 측정하면 음식물의 열량을 측정할 수 있다.

▽내손으로 파마를〓파마는 ‘산화’와 ‘환원’이란 화학적 반응을 응용한 것이다. 머리카락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고, 이 단백질은 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것은 시스틴간의 ‘황(S)-황(S) 다리결합’ 때문.

그런데 환원제인 염기성 파마약을 바르면 이 다리결합이 끊어지고 머리를 말아감는 ‘로드’로 고정하면 다시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중화제라고 부르는 산화제를 바르면 다시 ‘황-황 다리 결합’이 만들어진다. 로드의 모양대로 구부러진 상태에서 새로 만들어진 다리 결합은 로드를 풀어도 변형된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 ‘인형 머리도 파마가 될까’ ‘곱슬머리는 왜 생길까’ ‘곱슬머리도 100% 펼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질문이 이어진다.

▽아이콘의 세계〓컴퓨터 문화가 보급되면서 공간 제한이나 언어장벽 없이 세계인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화장실 공중전화 식당 등을 그림으로 간결하게 표시하는 아이콘 개발이 절실하다.

처음엔 삼각 퍼즐 조각으로 아이콘 제작을 연습해본 뒤 스스로 아이콘을 창작한다. 아이콘의 효과를 높이려면 △의미전달이 분명한가 △다른 아이콘과 혼동되지 않나 △독창적인가 △아름다운가 등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컴퓨터 바이러스와 생물 바이러스의 차이는〓컴퓨터 바이러스란 무엇이며 이에 감염됐을 때 치료법과 예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프로그램. 컴퓨터 바이러스와 생물 바이러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아웃브레이크’의 오류를 찾아내는 작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전자우편〓컴퓨터에 대한 역할 놀이를 통해 전산망을 경험하고 전산망으로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원리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놀이 방법은 이렇다. 중심서버와 서버, 개인용 컴퓨터 등의 역할을 하나씩 맡고 서로 연결된 컴퓨터끼리는 일어나지 않고도 편지를 줄 수 있는 거리를 두고 앉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과 직접 연결된 사람하고만 편지 교환이 가능하다. 서버나 중심서버들은 연결된 누군가가 편지를 주면 받는 사람의 주소를 보고 그 주소로 연결된 사람에게 편지를 준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서울 중암中 60명 효과분석

서울 중암중이 지난해 1년간 2, 3학년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결과 ‘정의(情義)적 영역에서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암중은 5개 분야 중 우주과학 분야의 실험 프로그램을 활용, 우주과학에 대한 지식욕구 검사(5점 척도로 수치가 적을수록 긍정적)를 실시했다. 프로그램 실시 전에 비해 2학년은 2.29→2.03점, 3학년은 1.96→1.84점 등 우주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와 관심도는 2학년 2.51→2.33점, 3학년 2.10→2.04점으로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우주과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진로욕구 역시 2학년(3.18→3.02)과 3학년(3.19→2.85) 모두 점수가 높아졌다.

이는 자연계열의 여성인력 현황을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계열 대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2.1%이지만 자연계 대학원생 중 여성 비율은 18.5%, 연구기관의 여성비율은 10.3%다.

자연계열 대학으로 진학하는 여학생 수 자체도 적지만 대학원이나 사회현장으로 갈수록 여성인력 활용도가 떨어진다.

중암중 과학담당 박성운교사는 “여성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여성의 능력보다는 사회 문화적 인식 등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여학생에게 친숙한 소재와 수업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학생 과학 프로그램의 효과

평가항목

학년

실시전

실시후

지식욕구

2

2.29

2.03

3

1.96

1.84

흥미관심

2

2.51

2.33

3

2.10

2.04

진로욕구

2

3.18

3.02

3

3.19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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