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나온 교육개혁 정책이 교사의 사기 배려에 인색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총이 이달초 전국 초중고 교사 2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교육정책 수립과정에 교사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나’ 항목에서 94%가 60점 이하라고 대답,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소외감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열린 교육’이 시행되면서 ‘수요자 중심’이 강조돼 교사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부산교대 심성보(沈聖輔)교수는 “특히 촌지와 체벌근절을 교육개혁의 전면에 내세우는 바람에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고 교사와 학부모간의 불신이 조장됐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붕괴 원인(자료: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 | ||||||||
순위 | 원 인 | 비율(%) | ||||||
1 | 성적위주의 획일적 교육체계 | 19.3 | ||||||
2 |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중시하는 교육정책 | 16.7 | ||||||
3 | 가정교육의 소홀 | 13.2 | ||||||
4 | 학생의 개인주의와 지나친 경쟁심리 | 12.4 | ||||||
5 | 교사 사기 저하와 교권 추락 | 11.8 |
그러나 무엇보다 교직사회 내부에서 교권실추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S고 H교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 과외를 받고 있고 교사와 강사의 실력을 비교해 교사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존경받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의 설문조사에서도 교사의 역할과 능력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교사(31.1%) 중고생(36.1%) 학부모(29.1%) 모두 낮게 나와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장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대 권영민(權寧珉)인문대학장은 “질 높은 수업만이 학생을 만족시킬 수 있으므로 교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교육투자를 늘리고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병역특혜 등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유희(朴兪姬)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회장은 “학부모가 학교의 후원자 역할을 하도록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가 지난해 4월 교사 학생 학부모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13.2%가 학교붕괴의 원인을 ‘가정교육 소홀’로 꼽았다.
고려대 강선보(姜善甫·교육학)교수는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의 지적 능력을 키워주는 데만 신경쓸 뿐 건전한 시민을 기르기 위한 인성교육에는 무관심하다”며 “교사를 안하무인 식으로 대하는 태도도 가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학부모들의 항변…"수업태만 지나친 처벌 일부교사도 문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이모씨(34·여·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4일 성수(가명·7)가 운동장 벤치에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친구와 다툰 뒤 사과하라는 담임교사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이씨는 또 평소에도 교사가 공책을 거꾸로 쓰거나 숟가락을 자주 떨어뜨린다며 복도로 쫓아내고 “아들을 데려가라”고 전화로 호통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수는 “선생님이 무섭다”며 대인기피증까지 보여 일단 휴학을 시킨 뒤 한 공익재단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맡겼다.
이씨는 “훈육 차원을 넘어 어린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학대하는 교사들이 교단에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교권 침해 우려도 많지만 자질이 부족한 교사와 무성의한 수업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도 크다. 최근 서울 A초등 2학년의 K교사는 심하게 떠든다는 이유로 남학생 5명의 바지를 벗기고 교실에 서 있도록 벌을 줬다. 그러나 “아이들만 피해를 본다”며 문제화를 꺼리는 일부 학부모의 반대로 유야 무야 넘어갔다.
서울 C고 2학년 K군(18)은 지난해 특별활동 교사의 체벌에 못 견뎌 휴학했다. 한 학생이라도 지각하거나 결석하면 단체로 불러 세워 각목으로 때리는 등 체벌을 일삼았다. K군은 올해 다시 복학했지만 아직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1997∼2000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 접수된 상담 1922건을 분석한 결과 체벌, 촌지요구 등 교사의 문제로 인한 상담이 36%(687건)로 가장 많았다. 학생끼리 서로 뺨을 때리는 체벌을 한 교사에서 교실에서 흡연하거나 수업 중 인터넷 바둑을 두는 교사까지 갖가지였다. 이런 불만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