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대는 추모와 함께 품바 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공연 횟수로는 81년 전남 무안군 일로면 공회당에서의 초연이후 4504번째가 된다.
고인은 갔지만 품바 를 무대에 올리는 남은 이들이 21일 오후 서울 삼선동 연습실에 모였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박동과, 김기창, 최성웅 등 3명의 품바, 구성과 연출을 맡은 연출가 박근형, 고인의 아내이자 극작가인 박황빈 등이 함께 했다.
지금까지 200여만명의 관객을 기록한 품바 는 고인이 무안 걸인촌에서 거지 왕초 천장근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작품으로 탄생됐다. 품바 는 또 광주민주화운동과 노동자의 인권, 통일 문제 등을 다루면서 풍자와 웃음으로 세상을 노래한 시대의 거울 이었다.
이 작품은 원래 모노드라마 형식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4명의 품바가 등장한다. 여러 명의 품바가 출연해 고인의 대표작을 가장 충실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3대 품바인 박동과는 1800여회로 역대 품바 중 가장 많은 공연을 했다 며 이 무대는 서로 색깔이 다른 품바의 개성을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9대 품바인 최성웅은 95년 술자리에서 너무 잘 놀아 캐스팅되는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인은 내게 환경과 인권 등 연극 밖 새 세상을 보여준 인물 이라고 회고했다.
청춘예찬 대대손손 등으로 주목받는 연출가 박근형이 이 작품의 구성과 연출을 맡았다. 박근형은 품바 는 밑바닥 인생을 통해 결국 인간과 인간성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면서 김시라 선생님 특유의 매력에 시대적인 변화상을 가미하겠다 고 말했다.
박황빈은 박정재의 예명. 평소 작명을 좋아하던 고인이 지난해 12월 애 키우고 극단 살림하느라 정작 당신 일은 없어진 것 같다 면서 이제부터 당신 인생도 챙기라 며 지어준 이름이다.
이번 공연은 관객은 물론 떠난 그 분에게 보여주는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지켜보실 거예요. 무엇보다 참 좋은 사람, 좋은 아빠,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말처럼 갑자기 떠난 남편은 자신의 시 자네 왔능가 를 읊조리며 환한 미소로 무대의 지인들과 관객들을 반길지 모른다.
고인이 대표로 있던 극단 가가의회 와 김시라를 사랑하는 모임 은 김시라의 품바 전용극장 과 유고집 출간 등을 준비하고 있다.
6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첫 공연에 앞서 추모사와 영상 비디오 등 추모식이 열린다. 21일까지 화∼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 1만5000∼3만원. 02-3674-011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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