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문학계는 ‘문학권력 논쟁’에 휩싸여 있다. 특정 문학진영(에콜)의 평론가들이 특정 작가를 밀어주는 관행이 문학권력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권력’ 오·남용에 대한 비판과 재비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논쟁을 처음 발화시킨 권성우 교수(동덕여대 인문학부·사진)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비평을 모은 ‘비평과 권력’(소명출판)을 펴냈다. 여기 실린 10편의 평론은 ‘비판적 글 쓰기’란 무기로 성역없는 논쟁을 주도해온 그가 지난 몇 년간 치뤄낸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다.
이 책에 실린 평론 가운데 가장 최초의 것은 권 교수가 98년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속한 평론가 진영을 ‘반지성적 지성의 섹트주의’로 정면 비판했던 평론 ‘비평과 권력’. 또 강준만 교수(전북대)가 권 교수의 ‘대화걸기식 비판’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반론한 ‘다시 비판의 방법과 형식을 논한다’(2001년)는 가장 최근의 것이다.
권 교수 주장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공사(公私)와 정오(正誤)에 대한 입장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투명한 비평’이 권교수가 갖고 있는 효과적인 논쟁의 무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패거리주의'통렬히 비판
글 곳곳에서 그는 평론가 고(故) 김현에 대한 과대 추종, 얼굴을 가린 익명비판, 에콜의 내부비판 부재, 권력비판을 위한 ‘패거리주의’를 날선 언어로 공박한다. 반대로 실명비판, 비평에 대한 비평(메타비평), 열린 논쟁은 적극 옹호한다.
“제 성격 상 전후사정을 고려하는 전략적인 글 쓰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는 투명한 글 쓰기를 선호합니다. 혹자는 너무 고지식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제 문학적인 입장에 자존심이 강한 편이기 때문이죠.”
그의 ‘비판적 글쓰기’는 가히 전방위라 할 만하다. 지난해 대표적인 문학 출판사 편집위원 내부의 비판문화의 부재를 꼬집더니, 최근에는 일군의 ‘안티 진영’의 몇몇 주장까지 문제삼고 있다.
“예를 들면, 신경숙이나 은희경 같은 작가가 특정 출판사와 몇몇 언론사의 결탁으로 키워졌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이처럼 감정적인 주장이 앞선다면 비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감정 앞서면 신뢰 떨어져"
특히 권 교수는 강준만 김정란 남진우 등의 논객이 가담한 최근의 문학권력 논쟁이 ‘감정적 핑퐁게임’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착잡함’을 드러냈다.
“요즘 들어 비판적 글 쓰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예민한 논쟁에 대해 제3자가 소신 있는 견해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자칫 지식인 사회의 고질병인 ‘비판 냉소주의’를 부추기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권 교수는 ‘비판 냉소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신에 대한 ‘악성 비난’을 들었다.
“몇몇 이들은 제가 ‘문학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스스로 권력을 얻으려는 노림수라고 수군거립니다. 사실 저는 모든 비평적 글 쓰기는 원칙적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해왔어요. 따라서, 누가 권력자냐 묻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얼마나 정당하게 행사하는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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