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만 해도 이웃이 집을 비우면 고스톱 멤버가 안될 정도였지요. 요즘은 양수발전소 공사로 포장구간이 길어진 데다 외부에 많이 알려져 45가구나 됩니다.”
실내 면적 40평 규모의 통나무집에서 네 식구가 민박도 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홍씨. 오지지만 살림살이는 깔끔한 입식부엌에 잘 정돈된 공부방, 컴퓨터에 시사주간지 등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문은 우편배달원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구독하지 않고 대신 인터넷으로 봅니다. 사실 알고 싶은 것도 별로 없지만. TV는 아예 시청하지 않아요.”
집앞 텃밭에 약초씨를 뿌리던 홍씨 옆에서는 생후 한달 쯤 된 강아지 두 마리가 밭에서 뒹굴며 장난을 친다. 지프차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오자 홍씨가 반갑게 맞는다. 홍씨 손에 들린 것은 한 움큼의 우편물. 비포장길에 눈까지 많이 내려 이곳에서 집배원도 사륜구동차를 이용한다. 우편물을 보니 도시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 학습지에 주간지. 오지마을이어도 학력수준 만큼은 도시와 다름없는 듯 했다.
연방 시계를 보며 귀경길을 걱정하는 기자를 붙잡고 홍씨ㄴ,ㄴ “딱 두 잔만” 하잔다.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타박타박한 시골돼지 삼겹살 구이에 페트병에 담긴 소주 한 병. 막 따온 곰취와 참나물에 싸서 된장 발라 한 입에 넣으니 맛이 일품이다. 덕분에 두 잔 약속은 한 병으로 길어졌지만. 시계가 보이지 않는 홍씨집. 해뜨면 일하고 해지면 소주 한 잔 마시고 쉬고. 그렇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산골생활에 시계가 무슨 소용일까.
‘꽃님이네 집(http://myhome.naver.com/sungsil83)’은 홈페이지에 잘 소개돼 있다.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3반 211/033―463―9508
<인제〓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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