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내놓은 ‘산 소주’가 소주시장에 ‘순한 소주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산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22도로 저도수 소주인 ‘참이슬’보다 1도가 낮다. 가장 큰 특징은 녹차성분. “소주의 제조공정에서 녹차 잎을 우려냄으로써 소주의 약점인 숙취를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는 게 두산측 주장. 또 녹차잎에는 역겨운 알코올 냄새를 제거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목 안으로 넘어갈 때 한결 부드럽다고.》
이에 따라 국내 소주시장은 65년 소주가 대중화된이후 30도 희석식 소주→74년 25도소주→99년 23도→2001년 22도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소주의 이런 ‘순한 변신’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부드럽고 순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선을 보인 순한 소주 ‘산’은 4월말 30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두산은 3000만병 판매를 기념해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달 중 퀴즈이벤트를 실시한다. LG 김치냉장고 100대와 패션배낭 이스트 팩 200개를 경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상대로 실시했던 가두 시음행사(Taste Challenge)를 모방, 서울 여의도 강남 종로 등지에서 “맛을 비교한뒤 선택해달라”며 경쟁사 제품과 자사 제품을 즉석 비교하는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이밖에 e메일을 이용한 마케팅과 산림청과 공동으로 시행중인 산불방지 캠페인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판촉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과거 ‘그린 소주’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강력한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
진로도 이에 맞서 2월 알코올도수를 23도에서 22도로 낮춘 새로운 ‘참眞이슬露’를 내놓았다. 진로측은 “상당수 애주가들이 새 술을 마시면서도 참이슬의 도수가 낮아진 것을 모르고 있다”며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도 특유의 소주맛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98년 10월 처음 판매된 참이슬은 2년6개월만인 4월중순 총판매량 20억병을 돌파했다. 애주가들이 그동안 마신 참이슬 소주병을 이어놓으면 서울∼부산간을 484회 왕복할 정도.
참이슬의 이런 판매호조에 힘입어 진로는 2월 전국시장에서 57.1%, 수도권시장에서 97.5%라는 창사이래 최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진로는 최근 전국의 소주 도매상 500여명을 초청,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참이슬 20억병 판매 및 임페리얼 판매 7주념을 기념하는 대규모 자축파티를 열고 “산소주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진로는 알코올도수 22도 시장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주력제품인 참이슬의 알콜도수를 1도 낮춰, 참이슬을 계속해서 대표 브랜드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보해도 3월부터 수도권지역에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천년의 아침’의 알코올도수를 23도에서 22도로 낮추었다. 천년의 아침은 노령산맥 기슭에 위치한 전남 장성공장의 미네랄과 산소가 풍부한 심층 암반수를 황토옹기로 여과하는 등 엄선된 고급주정을 사용, 회사창립 50주년 기념상품으로 개발한 제품. 전남시장 점유율이 90%를 상회하고 있는 보해는 “천년의 아침이 판매 1년만에 전남시장에서 판매되는 병제품 소주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금복주의 ‘참스페셜’, 무학의 ‘화이트 2000’, 대선의 ‘시원’, 선양의 ‘그린청’, 한라산의 ‘순한소주’도 모두 알코올도수가 22도다. 하이트 주조의 ‘하이트 21’은 알코올도수가 21도로 가장 낮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