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교회 젊은 목회 7]광야교회 임명희목사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47분


‘청량리에 최일도 목사가 있다면 영등포엔 임명희 목사가 있다.’

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옆 사창가. 영등포에서 문래동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 아래 현대도시 속의 광야. 험상궂은 얼굴의 한 사내가 목사에게 들으라는 듯 “난 천당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라며 한마디 뱉고 지나간다. 늙은 창녀는 대낮인데도 싫다는 사내의 소매를 잡아끈다. 그 곳에 임 목사(43)의 광야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부랑자 합숙소를 겸하고 있는 예배당에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을 지나야 목사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 누군가 “신발을 꼭 들고 들어가라”고 충고해줬다.

“세상에서 더 이상 갈데가 없어 숨어든 포주 매춘녀 깡패 알콜중독자 행려병자 노숙자들만이 이곳을 찾습니다. 저도 하루종일 이들이 뿜어내는 독기를 마시고 있노라면 아침에 구토가 다 일 지경입니다.”

임 목사가 이곳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7년. 아세아연합신학대 재학시절 영등포 지역에서 길거리 전도를 하던 중 노숙자 한 사람을 만나면서 임 목사의 운명은 시작됐다. 이 노숙자로부터 이곳 사정을 듣고 난 뒤 이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느꼈던 것.

“목사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포주들의 모략도 많이 받고 ‘어깨’들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싸웠다하면 교회안에서도 칼과 망치가 날아다니기 일쑤고…. 지금은 정말 달라진 편입니다. 윤락가는 10분의 1로 줄어들고 9명에 불과했던 교인은 80명으로 늘어났으니까요.”

말이 교인이지 부랑자 합숙소의 구성원이 많고, 그나마 형편이 나은 이들은 인근 쪽방에서 생활한다. 방 하나를 여러개로 쪼갰다고 해서 쪽방이라 불리는 곳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작은 방으로 창문은 아예 없다. 20∼30개의 쪽방이 1개의 화장실을 나눠 쓴다. 부랑자들에게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터라 아직 교회의 자립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임 목사는 최근 처음으로 교인 8쌍의 합동결혼식을 치러줬다. 이들의 경력이 이채롭다. 펨푸(포주), 알콜중독자, 억대도박꾼 출신이 있는가 하면 이화여대 음대 졸업자, 한국은행원 출신 등 사회에서 잘 나가다 인생의 곡절을 겪고 험한 이곳으로 흘러든 이들도 눈에 띈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 서로 하나가 됐다.

“이들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 마세요. 이들은 절망의 덫에 갇힌 지독히도 가난한 이웃일뿐입니다. 주님은 늘 이런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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