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소설가 황순원, 시인 김조규 등 문인들이 참여했던 문학동인지 ‘단층’ 4호(1940년 6월27일 박문서관 발간·사진)가 처음 공개됐다.
명지대 김명석 교수(국문학)는 26일 서울 동숭동 방송통신대에서 열리는 한국문학연구학회 춘계 세미나에서 ‘단층’ 4호에 대한 연구 발표와 함께 자료의 사본을 공개한다.
‘단층’은 1937년 4월 평양에서 창간된 잡지로 지금까지 3호까지만 내고 종간된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왔으며 3호까지는 원본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의 부친인 고 김기현 전 순천향대교수가 1960년대에 작성했던 도서카드에 이 잡지 4호가 고려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적혀 있는 것을 김교수가 발견해 4호의 존재가 확인된 것.
4호는 총 127쪽으로 황순원의 초창기 시 ‘무지개가 있는 소라 껍데기가 있는 바다’와 ‘대사(臺詞)’ 이외에 재북 문인 김조규의 ‘마(馬)’ 등 다섯 편의 시, 유항림의 평론 ‘소설의 창조성’ 등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이 실려 있다. 또한 소설로는 김이석의 ‘공간’ 등 다섯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학계에서는 이 동인지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동인지 ‘단층’은 1930년대 모더니즘 문학 및 지식인 문학의 전개 방향 등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면서 “4호에 수록된 소설 작품의 경우 지식인의 내면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실험적 형식으로 잘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