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신교 총회장 '제비뽑기' 선출 확산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56분


◇합동측 도입 …통합측도 논의

‘제비뽑기로 총회의 타락 선거를 막는다.’

개신교 예수교장로회 통합측(총회장 박정식 목사)의 ‘바른목회실천협의회’가 28일 오후 4시 40분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총회장 제비뽑기 방식 선거안을 놓고 대규모 토론회를 연다.

예수교장로회 합동측(총회장 김동권 목사)이 최근 총회장 제비뽑기 방식 선거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켜 올해 총회에서부터 실시키로 한 데 자극을 받은 것이다.

바른목회실천협의회가 이날 제시할 선거안은 ‘부총회장 후보자들의 이름이 같은 숫자로 적힌 표 1500장과 빈표 450장을 합친 1950장 중에서 총회 대의원 1500명이 각각 1장씩 모두 1500장의 표를 뽑아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것.

장로회의 경우 부총회장으로 당선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이 지난후 총회장직을 승계하도록 돼 있어서 부총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총회장을 선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기학 서울 성암교회 목사가 기조발제를 하고 이종성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과 이효종 서울 안동교회 장로가 토론자로 나선다.

안목사는 사전에 배포된 발제문에서 “1999년 부회장 부정선거, 2000년 부회장 금권타락선거 등 총회때마다 부회장 선거문제로 총회와 온 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현 민주주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고대시대의 제도로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현 제도로는 타락 선거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하에 차선책으로 제비뽑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바른목회실천협의회 상임총무인 안광덕 목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을 종합한 뒤 ‘제비뽑기 연구 소위원회(위원장 문장식 목사)’를 통해 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합동측은 3월 16일 총회임원회를 열어 ‘제비뽑기 연구 소위원회(위원장 예종탁 목사)’가 제안한 임원선거 규정을 검토해 ‘부총회장 후보자들의 기호를 새긴 구슬을 각각 총회 대의원 800명의 수만큼 함에 넣고 각 총대가 1개씩 모두 800개 구슬을 뽑아 이중 다수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안을 통과시켰다.

합동측에서 통합측의 바른목회실천협의회와 유사한 개혁적 목회자들의 모임인 ‘교회갱신협의회’가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추진해왔다.

교회갱신협의회 사무국장 이상화 목사는 “제비뽑기식 선거제도가 통과된후 5월 7일 서울 충현교회에서 열린 합동측 전국 목사장로기도회에서는 예년과는 달리 선거운동이 싹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모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목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교회갱신 등을 목표로 내걸고 97년 창립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개신교 14개 교단의 목회자들이 소속된 단체로 개신교계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높은 신망을 받고 있는 조직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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