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에 상관없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관심을 모와 왔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화를 둘러싼 담론이다.
나 역시 세계화에 대한 강의를 해 오고 있지만 세계화만큼 복합적인 의미망을 갖고 있는 담론도 찾기 어렵다. 한편에서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멋진 신세계’로 이해되는 등 극단적인 평가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숱하게 쏟아진 세계화에 대한 책 가운데 요즘 읽고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가 함께 쓴 이 책(따님, 2000)은 매우 이채로운 책이다. 여기서 이채롭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인데, 세계화를 일관되게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그 하나라면, 아래로부터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다른 하나다.
간단히 말해 노르베리-호지와 동료들의 주장은 세계화란 강력한 중앙은행과 다국적기업의 독재가 이뤄지는 과정이자, 기껏해야 조세정책의 보조를 받아 연명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암울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인식에 있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인 풀뿌리 시민운동을 촉구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선 드는 생각은 세계화의 부정적 이면에 대한 저자들의 분석이 매우 흥미롭고 예리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월마트의 광범위한 보급이 값싼 물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실 유통을 위한 사회적 비용에서 또 다른 희생을 전제한다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저자들의 실천적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세계화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경우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 제3세계의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며, 또 세계화의 현실적 영향력을 풀뿌리 민주주의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벅차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의 저자인 노르베리-호지는 산업사회의 지반을 근본적으로 성찰해 온 생태주의자다. ‘허울뿐인 세계화’ 또한 국가 주도 경제와 기업자본주의가 낳은 세계화에 대한 그의 비판적 인식이 잘 드러난 책이다. ‘인간적인 세계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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