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그 아버지에 그 아들

  • 입력 2001년 5월 27일 19시 11분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여교사 K씨(30).

며칠 전 수업을 마친 뒤 교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하던 중 다급한 목소리의 중년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아버지였다.

“선생님, 저의 집 아이가 방안에 숨어 컴퓨터로 포르노비디오를 보는 걸 우연히 봤어요. 어떻게 해야죠?”

“그 나이엔 사실 그럴 수도 있어요.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을 때거든요. 아버님께서 한번 잘 설득해보세요.”

“그런데요…. 앉혀놓고 자세히 물어보니, 아니 그 녀석이 여자친구와 잠도 같이 잤다는 거예요. 정말 걱정이 돼서.”

“요즘엔 중학생만 돼도 그런 학생들이 의외로 많아서 저도 참 걱정이에요. 학생을 데리고 어머님과 함께 학교에 와서 상담을 받아보시지요.”

한동안 대답을 않고 머뭇거리던 그 남자는 겸연쩍다는 듯이 한마디를 던지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지금은 학교에 가기가 좀 곤란한데….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사실 저도 아내랑 별거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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