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처음 발표한 한 편의 소설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어느날 홀연히 종적을 감추고 수 십년간 은둔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책은 지금까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최근 개봉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의 주인공 윌리엄 포레스트(숀 코넬리)를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포레스트의 실제 모델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82)다.
샐린저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호밀밭의 파수꾼’이 올해로 출간 50주년을 맞는다. 이 책을 냈던 출판사인 리틀브라운사에 최근 전 세계 팬들로부터 축하행사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혹시나 이 책을 내고서 잠적해버린 샐린저가 소설 출간 50년을 맞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샐린저는 그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괴퍅스런 성품을 보이며 칩거해 왔다. 1987년에는 그가 쓴 편지 내용을 넣어 만든 ‘샐린저 전기’를 출판 금지시킨 전력(?)이 있다. 그의 사생활을 과장해 소개한 웹사이트도 소송을 통해 문을 닫게 만들었을 정도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퇴학 당한 문제아 소년 콜필드가 2박3일의 가출기간 동안 겪은 방황을 의식의 흐름 형식으로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성(性)에 눈떠 가는 소년이 만나는 갖가지 사람을 통해 인간 존재의 공허함을 그렸다.
사춘기 청소년의 예민한 감수성에 공감하는 이 소설은 지난 50년간 변함없이 세계 청소년의 필독서가 됐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가장 많이 읽힌 3대 소설 중 하나로 꼽히며 매년 30만부 이상 팔리고 있다.
1980년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논을 암살한 마크 채프먼은 “내 소망은 모든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것”이라고 암살동기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이 최고로 꼽는 작품 역시 이 책이다.
동아일보 출판섹션인 ‘책의 향기’(매주 토요일)의 독자 서평 코너인 ‘이렇게 읽었다’에도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이 매주 1, 2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소설과 소설가 모두 화제를 일으킨 만큼 팬들이 관심은 뜨꺼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팬들의 성화를 견디다 못한 리틀브라운사는 최근 기념행사를 추진할 것과 대리인을 통해 샐린저와 접촉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현재 샐린저는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코니시라는 한적한 도시에서 은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