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불교계 "가야산 순환도로 개설 반대"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39분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法寶)종찰’입니다. 그 해인사가 자리잡은 가야산 허리를 잘라 도로를 내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남도가 합천 해인사로 진입하기 쉽도록 가야산 자락에다 도로를 내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자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이 반발해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해인사 스님들과 대학교수, 대구와 경남지역 환경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가야산 환경위원회(위원장 정원·正圓스님)’는 30일 성명을 내고 “경남도가 추진 중인 총연장 11.5㎞의 가야산 순환도로 개설을 반대하며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야산을 파헤치고 터널을 뚫어 도로를 낼 경우 가야산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될 것”이라며 “해인사와 불과 2㎞ 떨어진 곳에 총연장 980m에 달하는 ‘가야터널’을 뚫을 경우 발파 등 공사로 인해 엄청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미세한 습도나 온도 변화에도 민감한 팔만대장경판의 보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文昌植) 사무처장은 “전체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서 반려되자 경남도는 전체를 1, 2공구로 나눈 뒤 1공구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편법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경위원회는 이달 초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으며 최근 창원지법에 도로구역 결정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환경위원회 간사인 해인사 대오(大悟) 스님은 “공사를 강행한다면 다음달 중 창원에서 범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국비 등 1378억원을 들여 합천군 가야면 죽전리∼가야면 성기리까지 폭 9m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을 2005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3월 1공구에 대한 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성기리 지역 1.7㎞ 구간에서 토목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해인사 주변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지만 사찰측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한 만큼 노선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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