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서울 대현동 '우리집'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30분


따로 주문할 것도 없다. 그냥 자리에 앉아 몇인분인지 얘기만 하면 된다. 35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일한 메뉴이기 때문.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우리집(02-392-6137)’.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집에서 정성들여 내놓는 ‘엄마 손맛’을 추구한다. 이화여대 정문과 신촌 기차역사이의 후미진 뒷골목에 자리한 탓에 아는 사람들만 안다.

손맛 좋은 전라도 순창 출신의 아주머니 4명이 주방에 모여 ‘전라도 밥상’을 만드는데, 밥 포함해 10가지 반찬을 테이블에 올린다. 소금 마늘 양파 등이 계란과 잘 배합된 계란찜 및 푸짐한 두부와 청양고추가 합쳐진 된장찌개는 고정메뉴.

요즘은 조기 오징어채 오징어젓 김치 오이지 감자당근볶음 시금치 등이 주로 오르지만 매일 4, 5가지씩 메뉴를 바꾸기 때문에 한달 내내 오지 않고서는 똑같은 상차림을 보기 어렵다. 4명이 함께 오면 보너스로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오징어볶음도 준다.

달착지근한 멸치볶음, 잡채, 이면수, 샐러드도 등장하며 계란에 부쳐먹는 소시지 반찬은 요즘 중고생들 같은 급식세대는 알기 어려운, ‘도시락 세대’만의 추억도 떠올리게 한다. 스테인리스 수저나 두꺼운 불투명 은색 쟁반 뚝배기 등 투박한 70∼80년대 형 소품들도 오히려 입맛을 자극한다.

‘밥집’답게 밥은 달라는 만큼 더 준다. 하도 공짜밥을 많이 줘서 주방 아줌마들이 “천당 아랫목은 맡아놨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15명쯤 들어가는 방이 하나 있어 술 없이 간단한 ‘식사모임’을 즐길 만하다. 평일 점심 저녁시간은 근처 대학교수, 학생들이 많이 몰려 줄서서 먹는다. 연세대 이화여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중국인들은 물론 서양유학생들도 눈에 띈다. 오전 9시부터 영업이라 아침식사도 된다. 좁은 골목길이어서 주차는 안된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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