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조정래作 어린이책 '어떤 솔거의 죽음'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53분


◇ '어떤 솔거의 죽음'/조정래 글 이우범 그림/184쪽/ 6500원/ 다림

요즘 어린이 책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내용, 다양한 그림들로 어떻게 하든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쓰는 노력이 느껴진다. 아이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그리고 겸손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책은 12세부터 15세 아이들의 취향에 맞추기를 포기하며 거만하게 변한다. 어른들 책 중에 좀 쉬운 것이 그들의 책이다. ‘세상에 많은 책이 있다. 너희가 알아서 골라 읽어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다. 그들을 위해 준비된 것은 ‘중학생을 위한 ooo’이던가 ‘한 권으로 끝내는 ooo’, ‘내신을 위한 ooo’ 형태로, 여러 출판사에서 대상에 대한 배려없이 묶어내는 무성의한 책이 많다. 그러면서 이제 막 청소년 초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재미로 읽던 책이 입시준비서처럼 바뀌어 버린다. 이런 책들은 문학을 느리게 읽게하는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외우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시리즈의 기획은 참 신선하다. 우리의 대표적인 작가 이태준, 이청준, 이미륵 등의 대표작품을 매우 공들인 기획과 그림과 함께 만나는 기분은 참 좋다.

이 책에 실린 세 작품 ‘어떤 솔거의 죽음’ ‘인형극’ ‘메아리 메아리’ 는 조정래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일관된 주제-역사적 고찰을 통한 우리민족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내려는 정신-를 담고 있으며, 또한 우리가 진정한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져야 할 의식과 자세를 담고 있다.

‘메아리 메아리’에서는 그 자세를 지키지 못해 불행해지는 한 인간의 삶을. ‘인형극’에서는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작가가 원하는 가치는 ‘어느 솔거의 죽음’의 솔거처럼 올곧은 것이다. 이제 막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고, 동화와는 또 다른 우리나라 대표작가의 글이 주는 맛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 마지막에 붙어있는 작품해설은 좀 아쉬웠다. 이 책이 초등하교 고학년 대상이라면 작품해설도 그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어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작품 해설을 읽고 어려운 작가로만 남을까봐 염려가 된다. 대상에 어울리는 작품해설까지 기획의 폭을 넓혀주면 좋겠다.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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