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산맹학교 중고생 61명 '점자가이드북' 들고 수학여행

  • 입력 2001년 6월 1일 19시 13분


'점자 여행가이드북'을 열심히읽고있는 학생들
'점자 여행가이드북'을 열심히
읽고있는 학생들
“이런 생생한 느낌은 처음입니다. 아무 것도 볼 수는 없지만 보는 것 이상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점자 여행가이드북’을 들고 2박3일간의 수학여행에 나선 시각장애인 학교인 부산맹학교 중고등부 학생 61명. 이들은 1일 경기 여주군 도자기체험장에서 일반인과 다름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도자기 빚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생대표인 윤광식(尹光植·19)군은 “이곳에 오기 전 점자 가이드북을 통해 도자기 빚는 법을 익혔다”며 “여주 도자기의 특징과 유래, 제작과정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날 점자 가이드북을 옆에 꼭 끼고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를 찾은 정미진(鄭美眞·28·고3)씨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데 가이드북이 여행의 생동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여행 코스는 문경새재∼TV드라마‘왕건’ 세트장∼에버랜드∼여주도자기 체험장∼독립기념관.

이들의 여행기간 내내 길잡이 역할을 해온 점자 가이드북은 부산의 테마여행 전문업체인 ㈜태평양고속관광과 참투어닷컴이 부산맹인점자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 두 여행사는 당초 사회봉사 차원에서 무료 수학여행을 제의했으나 학교측이 다른 일반 학교 학생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고 하자 이처럼 귀중한 ‘선물’을 마련하게 됐다.

‘참 좋은 사람들과 참 좋은 여행을…’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은 50쪽 분량. 어느 학부모가 쓴 ‘너희들만의 여행을 떠나보내며’라는 편지에는 입으로 휠체어를 끌며 8개월여 만에 미국 대륙을 횡단한 최장현씨(36)와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시각장애인 에릭 베이헌메이어(32)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