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열전]여성앵커 한수진 "자투리 시간에 떠나요"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54분


<<일에 쫓기고 상사 눈치보며 법정휴가 일수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 남들처럼 편안히 휴가를 즐기기 어려운 이색 직업인, 짧은 일정에 넉넉지 않은 주머니사정으로 휴가가기 망설이는 가장과 주부. 우리네 휴가 풍토는 이렇 듯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휴가를 삶의 활력소로 만들려는 ‘나만의 비법’또한 다양하다. 독자 여러분의 곁으로 바짝 다가가는 동아일보 여행면이 이번 주부터 휴가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 보다 나은 휴가 문화를 정착시키기위한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기대합니다.

보낼 곳 summer@donga.com>>

서울방송의 ‘SBS 8시 뉴스’ 여성 앵커 한수진씨(32). 매일 정해진 시각에 TV에 나와 세상사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뉴스 진행자. 그 중요한 자리를 7년3개월째 지키고 있다.

꽉 짜여진 일상을 보내는 그녀에게 휴가니,여행이니,여유니 하는 종류의 단어는 과연 존재할까?.

-앵커도 휴가를 갈수 있나요?

“그럼요. 1년에 2주일은 쓸 수 있어요. 지난해는 두 차례로 나눠갔구요.”

-휴가로 떠나면 누가 뉴스 진행해요?

“주말 앵커가 대신 맡아줘요. 주말 앵커 휴가때면 제가 대신 맡아 주고요.”

그렇지만 어디 만사가 그리 쉬운가. 휴가만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외국과 달리 ‘일 우선’의 우리 사회에서는 모두가 그렇지 못한데, 하물며 앵커에게는.

“사실 그래요. 앵커가 자리를 지켜야 할 상황이라면 휴가가 뭐고 당연히 없지요.”

결혼(98년 6월)후 발리 신혼여행 외에는 단 한 번도 외국여행을 못해 지난해는 큰 마음먹고 유럽행 계획을 세웠다는데….

“독일 로만틱가도를 따라 여행하고 바이로이트의 바그너축제에도 가 볼 계획를 세웠었지요. 하지만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만나고 이어 큰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그만 물거품이 됐지요.”

지난해 11월 휴가는 3일전에야 결정돼 계획 세울 겨를이 없어 태국 파타야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단다. 앵커우먼의 휴가란 이렇듯 일 뒤에 버려지는 짜투리 시간의 소비처 밖에 될 수 없는 것인지.

-얼굴이 많이 알려져 휴가때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게 될 텐데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내요. 해변에서 수영복 입을 때만 좀 망설여 지더군요. 살좀 빼둘걸하고 생각했지요.”

자신감 넘치는 뉴스진행과 세련된 외모 덕분에 젊은 여성들로부터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선정된 커리어 앵커우먼 한수진씨. 그러나 직접 만나보면 그 털털함에 놀란다. 좀 빠르기는 해도 수더분한 말투, 어떤 질문에도 주저없이 대답하는 솔직담백함, 거기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넉넉함.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휴가법은 액티브하다.

-지금 당장 휴가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요?

“터키와 그리스요. 문명의 열쇠가 있는 곳이잖아요. 관련된 책을 읽고 그 곳을 찾아가 현장을 확인하는 그런 답사여행을 좋아해요. 아직 해보진 못했지만. ”

-올 휴가는요?

“남편과 함께 미국 워싱톤D.C.와 뉴욕으로 떠날 거에요.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용광로같은 그 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그 힘을 느껴보고 싶어요. 올해는 10년근속 휴가에 휴가비 보조금까지 받으니까 제대로된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겠어요.”

한수진씨의 휴가계획, 역시 앵커우먼답다. 그러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혹시 “어디라도 좋으니 계획대로 떠날 수만 있었으면….”이 아닐지.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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