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음식남녀-와인 칼럼니스트 김 혁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1분


◇"요리는 창조…할수록 새로워"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봉원사 올라가는 언덕길에 Y하우스 202호. 노총각 김혁씨(40·에어프랑스 차장)의 10평이 채 안되는 보금자리다.

금남(禁男)의 집. 아줌마도 올 수 없다. 미혼의 아가씨라야 저녁식사를 대접할 마음이 생긴다는 게 요리가 취미인 와인전문가 김씨의 설명.

1일 통사정 끝에 간신히 그의 집에 들어갔다. 김씨는 “이 집에 초대받은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라며 자신의 ‘원칙’을 깨뜨린 기자를 ‘마지못해’ 반겼다.

▽장보기〓오늘 그의 요리는 ‘닭고기와 삼겹살’. 요리책에 없는 메뉴다. 그에 따르면 요리는 ‘창조’다. 메인디시 전에는 샐러드와 가자미 구이, 디저트로는 과일과 커피를 준비한다.

중구 소공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1층에 들러 샐러드용 야채, 양상추, 파프리카, 토마토, 게살, 양파, 가자미 1마리, 참외, 토종닭 1마리를 샀다.

단골이라 그런지 동선(動線)이 간결했다. 매장 판매원들도 알아볼 정도.

▽조리법〓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버터를 두르고 뼈를 발라낸 가자미를 굽는다. 프랑스 알자스산(産) 화이트와인 ‘게뷔르츠트라미너’와 소금, 후추를 적당히 뿌려준다. 갖가지 야채에 직접 만든 드레싱을 끼얹은 뒤 갓 구워낸 가자미를 곁들이면 훌륭한 전식(前食).

닭 구석구석에 프랑스산 모겨자와 버터, 프로방스 향초를 바르고 깍두기 모양으로 썬 토마토로 속을 채운다. 와인을 골고루 뿌려 고온의 오븐에 30분 가량 굽는다. 송송 썬 삼겹살과 감자를 갈색이 날 때까지 충분히 볶는다. 따로 볶은 버섯과 가지를 닭고기 접시에 옮겨 20분 정도 더 가열해 삼겹살과 함께 담아낸다.

‘닭고기와 삼겹살’에는 알자스산 화이트와인 ‘리슬링’과 98년산 레드와인 ‘보르도 샤토 보네’가 잘 어울린다. 디저트는 참외와 칼바도스를 몇 방울 떨어뜨린 커피.

▽만찬 이후〓김씨는 여자와 단둘이 식사를 한 뒤에는 특유의 장난기를 발동한다. 가만히 일어나 침대보를 정리하는 것. 손님은 백이면 백 놀란 토끼눈이 된다.

다음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산책이나 하시죠?”라고 권하는 게 고정 레퍼토리. 고즈넉한 봉원사 길을 걷다보면 긴장이 풀어지며 훨씬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단다.

▽김혁은…

넉넉한 체구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와인 칼럼니스트. 91년 에어프랑스에 입사, 7년간 기내식을 담당했다. 프랑스에서 지질학을 공부한 그가 와인에 입문하게 된 것도 이때.

매년 3, 4차례 프랑스로 와인여행을 떠난다. 카메라를 메고 샤토(포도농장)를 둘러보며 와인의 참맛을 만끽한다. 부산물로 지난해 말 ‘김혁의 프랑스 와인기행’이라는 책도 냈다. 앞으로 10권 정도 시리즈로 펴낼 각오다.

결혼 계획은? 소이부답(笑而不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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