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구본형의 자아경영-영적인 비즈니스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57분


‘영적인 비즈니스’

아니타 로딕

360쪽 1만1800원 김영사

나는 이미 성공해 버린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대개 과거의 성공 속에 매몰되어 버린다. 정신적으로 죽어버린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은 없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마취제 속에서도 여전히 펄펄뛰며 자신의 인생을 실험하는 소수의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바디샵 창업자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갖는다.

1976년 창업이래 25년이 지나는 동안 전세계에 1,8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세계 30대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기업이라는 명성은 그녀가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성적표이다. 그러나 그녀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그녀는 새로운 언어들 즉 영혼, 윤리적 책임, 열정, 정신, 공동체, 사랑이라는 단어를 비즈니스 속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혁명이다.

나는 이 책을 가슴으로 읽었다. 내가 읽은 아니타 로딕의 마음은 다음과 같다. 한 번 따라가 보자.

“바디샵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내가 내 자신의 깊은 내면을 어떻게 간직할 수 있는가의 문제 - 이것이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끊임없이 창업자의 역할을 재창조한다. 지도도 설명서도 없다. 열정이 곧 안내자이다. 관행과 제도는 잘 변하지 않는다. 껍데기는 쉽게 바뀐 것 같지만 내용은 신기하게도 그대로 있다. 그것들은 우리 자신이 근본적으로 변할 때만 변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다. 우리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하지 않는 이상 어떤 제도도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

“인간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무심한 경영자들이 만들려고 하는 세상에 대해 나는 이의가 있다. 그들은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잊음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기로 몰아 가고 있다. 비즈니스에는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업은 긍정적인 사회로 가는 변혁을 만들어 내는 중추가 되어야한다. 해결의 열쇠는 양심에 있다.나는 싸우겠다. 싸우지 않는 삶은 죽음의 냄새가 나서 싫다.”

그녀의 선동에 공감하지 않는 차가운 경영자라도 이 책을 꼭 읽기를 권고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국의 경영인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우리는 미국 기업을 모방해야하는가? 천편일률적인 추종에 무슨 기회가 있겠는가? 무엇이 새롭고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될 수 있는가? 경영자의 철학과 인생을 제도와 상품 속에 담아내지 못한 채 이익만을 좇는다면, 경영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행동일까 ?

이 책은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한 기업가의 열정과 투쟁을 다룬 싱싱한 이야기이다. 미국식 방식에 대한 통렬한 도전이고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성공적 실험이다.이 책을 읽으면 아름다운 기업 하나를 만들고 싶어진다.(변화경영전문가·bhgoo@bhgoo.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