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의 현금 자동인출기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이미 두어명씩 있었다. 앞사람들의 행색을 살피며 가장 빨리 차례가 돌아올 것 같은 두 번째 인출기 앞에 섰다.
예상과는 달리 김씨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이윽고 옆 3번기가 비었다. 순간 몸이 움찔했지만 뒤에 있던 40대 중년부인이 빨랐다. 비호처럼 빈 인출기를 점령한 것. 한마디 하려다 꾹 참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같은 사무실의 후배였다. “부장이 찾으시는데 어디 계세요?” “음∼. 곧 갈게.”
잠시 후 1번기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40대 초반의 여자였다.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졌다.
“허 참. 동작 빠르네.”
“눈치도 보통이 아닌 걸.”
김씨도 혀를 끌끌 찼다.
못들은 척 현금을 찾은 여인이 하는 말에 모두들 경악하고 말았다.
“정 바쁘시면 이 돈 갖고 가실래요?”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