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뒤치닥거리에만 매여있는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총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만화 <아기가 좋아>(시공사 펴냄)를 읽어볼만하다. 여자들이 임신부터 육아까지 겪게되는 현실적인 갈등을 과장되지 않은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준다.
1편 <새를 부르는 새>의 주인공은 결혼 후 첫 임신을 하게된 28세 주부 치카코.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치카코는 임신후 시어머니의 간섭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틀림없이 아들일게다" "전복 좀 먹어라! 눈이 예쁜 아이가 나온단다" "청소를 안하면 못생긴 애가 나온다니깐!"
참다 못한 치카코는 "아들을 낳으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급기야 "전 딸이 좋아요!"라며 반항하게 된다. 급기야 치카코는 친정행을 선언하지만 시어머니가 자신의 실수로 아들을 잃은 사연을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2편 <섹스없는 부부>의 주인공 요시코는 아이를 낳은 후 밤마다 자신을 피하는 남편을 느끼게 된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느낀 요시코는 괴로워한다.
알고보니 남편은 아이를 낳은 아내의 모습이 성모(聖母)처럼 느껴져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것. 오해가 풀린 요시코와 남편은 둘째를 낳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데….
이밖에 이 책에는 자신의 생활은 모두 포기한 채 아기를 키우느라 지쳐버린 주부, 산후 우울증에 걸린 주부 등 아이를 낳아본 여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아기가 좋아>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읽는데 어색함이 없다. 아들을 낳으라고 부담을 주는 시어머니에서부터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아내에게 밥달라고 외치는 남편의 모습까지 우리네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딱딱한 이론서 대신 이 책을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듯 하다. 그래도 무언가 모자라다고 느끼신다면 같은 시리즈 <신의 선물> <생명의 하모니>도 놓치지 말 것. 각 4800원.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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