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무슨 일이나 다 그렇지만 상상만 하던 것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가장 큰 문제는 새 직장에서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은 자기 혼자 거의 다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는 영 말이 아니었다.
상사는 상사 나름대로 자기를 건방지다고 보고 일거수 일투족을 지적하고, 부하직원은 또 그들대로 자기 말을 영 따르지 않았다. 끼리끼리 모여 뒤에서 자기 험담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은 혼자 도맡아 하다니, 그런 어불성설도 없었다. 그가 말했다.“우스운 건 나말고는 그만한 일을 해낼 능력있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날 험담하고 소외시키려 든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는 대인관계가 힘들다며 사람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문제는 지금의 직장과 과거의 직장을 사사건건, 끊임없이 비교하는 데 있었다.
지금 다니는 곳은 새로 생긴 소규모 회사인만큼 시스템이나 일 진행과정이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내가 다니던 대기업에서는 어땠는데, 여기선 이 모양이라니’ 하며 일일이 비교하니 안될 일이었다. 당연히 듣는 사람들 마음속에 ‘그럼 그 회사 다니지 여긴 왜 왔니?’ 하는 생각이 들 게 뻔했다.
이런 일은 결혼생활에도 나타난다. 결혼 후 신혼부부들이 삐걱거리면서 하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다. “우리 집은 안 그러는데 너희 집은 왜 그러니?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하는데 너희 부모님은 왜 그러시니?”
당연히 우리 집과 너희 집은 다르다. 그런데 그것을 나만의 잣대로 비교하다 보면 불평만 쌓인다.
불평이 늘다 보면 원망이 생기고, 그런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당연히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삐걱거리게 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런 함정에 빠졌다면 당장 비교를 그만두는 것이 좋다.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