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성대 신학과 김성민 교수(사진)는 한국사회이론학회가 16일 오후 2시 연세대 상남경영원에서 개최하는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 예정이다. 김 교수의 발표 논문은 ‘한국 사회와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고찰’.
김 교수는 단군신화의 서두에 나타나는 여성성의 결핍에 주목한다. 정상적인 가정에는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섞여있게 마련이지만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가족은 환인과 환웅, 즉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 환웅이 이를 극복하고 고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100일간 동굴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웅녀 덕분이었다.
분석심리학에서 남성성은 권위, 규범, 공격성으로 대표되는 반면 여성성은 조화와 안정, 인내, 부드러움을 표상한다. 융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조화롭게 유지할 때 온전한 인격체로 존재할 수 있다. 결국 환웅은 자기 안에 결핍됐던 여성성을 웅녀를 통해 충족시킴으로써 고조선 건국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남성적 가치만이 기형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여기에서 모든 사회적 병폐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경쟁 능력, 공격성, 성취의욕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만 중시되는 사회가 도래했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여성성을 조화롭게 수용할 것을 권한다. 변화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웅녀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듯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느림의 미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회에서 ‘심청전’의 분석심리학적 고찰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뒤 용왕을 만나게 되는 설정은 혼란 상태에 빠진 자아가 무의식에 침잠해 내면적 자아를 만나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눈 먼 아버지란 그 시대의 지배원리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혼돈의 상태를 가리키며 용궁은 우리 내면에 있는 생명력의 원천이자 창조의 원천을 대면하는 공간을 나타낸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혼돈을 피하고 싶다면 현대인은 때때로 ‘인당수에 빠져야 한다’”면서 “새로운 시대정신의 도래를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무의식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