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면서도 엄마가 어쩌다 목소리 높여 아빠를 핀잔주거나 구박하려고 할 때면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엄마를 향해 이렇게 외쳐댄다.
“엄마, 아빠 미워하지? 유치원 선생님한테 또 이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어린 시절도 찬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어머니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그렇다.
아버지 어머니가 어느 날 다투시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다고 대문 쪽으로 향하셨을 때 “아빠, 우리 들어가자”고 얘기했단다. 엄마는 나가든 말든 아빠와 나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뜻으로 나 또한 확실한 아빠 편에 서 있는 아이였다.
졸리고 짜증날 때나 몸이 아플 때 어김없이 엄마 품에 안기는 찬호. 그러나 아빠와 공을 차고 킥보드를 탈 때나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을 하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 이 모든 것이 찬호의 모습이다.
나 역시 어릴 적에 항상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당신의 손과 내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함께 넣고 걸으셨다. 아버지의 손은 왜 그리도 큰지, 어쩜 그렇게도 따뜻한지, 아버지와 함께 걸을 때의 그 푸근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또 퇴근해 집에 오시면 언제나 나를 안아주시며 높이 들어 올려 천장에 머리를 닿게 해 주시던 아버지, 꺼끌꺼끌한 수염으로 뺨을 간질이시던 아버지. 그리고 그 어떤 의자보다 편안했던 아버지의 책상다리, 지금도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소중한 사랑의 기억이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은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이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배려, 너그러움으로 느껴진다면 아빠의 사랑은 충만함과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가간다. 나의 두 아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아빠와 함께 했던 어떤 것들을 기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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