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에서 필리핀항공편으로 마닐라까지 가는 데 4시간. 보라카이는 필리핀 국내선 항공으로 파나이섬에 간 뒤 미니버스를 타고 해변에 가 다시 ‘벙커’(전통목선)를 타야 갈 수 있다.
길이가 6㎞나 되는 길쭉한 보라카이는 섬의 양쪽 해안이 모두 하얀 모래로 뒤덮인 곳이다. 고급 리조트호텔부터 백패커(배낭여행자)용까지 다양한 숙소가 곳곳에 있지만 성수기라 빈방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시월드 다이브센터’에서 소개받은 페닌슐라호텔(1박 800∼1000페소.1페소〓27∼29원)에 배낭을 풀고 이 센터에서 강습을 받기로 결정했다. 쾌활한 한국인 강사가 마음에 들었다.
강습 첫단계인 ‘오픈워터’(Open Water·비디오교육후 장비 갖추고 입수하기 까지.강습비 285달러)는 화이트샌드비치에서 이뤄졌다. 첫 입수때는 원초적인 공포에 직면했지만 수중에서 자유로이 호흡할 수 있게 된 후에는 물밖에 나오기가 싫었다. 다이버로 첫 발을 내디딘 그 날밤 시원한 밤바람이 부는 해변에서 차가운 산미구엘 맥주로 축하 파티를 열었다.
이튿날은 ‘호버링’(부력기를 이용해 수중에 떠있도록 하는 것)을 배웠는데 무중력 상태처럼 수중에 떠있는 것은 황홀함을 느낄 정도였다. 다이빙 훈련장은 대부분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여서 수중경관이 좋았는데 때때로 지나는 큰 열대물고기와 컬러풀한 산호에 넋을 놓기 일쑤였다. 오픈워터 과정을 마친 그 날 해변의 소박한 나이트클럽 ‘비치코머’에서 멋진 밤을 보냈다.
하루를 쉬고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트 오픈 워터’과정(항법 심해 야간 조류 다이빙.강습비 185달러)에 들어갔다. 야간다이빙 도중 발광하는 플랑크톤을 관찰한 것도 좋았지만 더 인상깊었던 것은 수심 28m의 심해잠수였다. 수심 15m쯤부터 보이기 시작한 바닷속 난파선은 잊을 수가 없다. 바다이끼에 덮이고 열대어 집을 변한 심해의 난파선이 어찌 그리 아름다웠던지.
다이빙을 마친 오후에는 섬 구석구석을 쏘다니곤 했는데 주로 찾은 곳은 탈리파파 시장이었다. 이곳 토속식당에서 필리핀 정식(300페소부터)을 시키면 쌀밥에 오징어구이 생선국 돼지고기구이와 음료수까지 주는데 세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했다.
보라카이에서 마지막날은 숨겨진 해변과 스노클링 포인트를 벙커로 찾아다니며 하루를 지내는 아일랜드 호핑투어(하루 350페소)를 즐겼다. 물론 멋진 바비큐 점심도 제공된다.
백패커는 저렴한 것, 저렴한 곳을 찾기 마련. 그런 면에서 필리핀 보라카이섬은 백패커의 천국이 아닐까 싶다. 이만큼 훌륭한 경관과 서비스로 만족을 주는 곳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누비던 유럽의 백패커들이 이 섬에서 배낭을 풀고 정착했다는 말을 실감했다.
노진오(부산 해운대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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