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노동자의 파업과 이로 인한 의료차질과 항공대란은 이어지는 가뭄만큼이나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외환위기 이후 3년 반이나 지난 지금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구조조정을 했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경제가 나아지고 사회가 좋아지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개혁의 피로감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개인과 사회와 그리고 나아가 국가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며,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얻고 싶으면 이번 주말에는 차분히 이미 1960년대에 지식기반사회를 예견한 석학인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93세의 노학자가 60여년에 걸쳐 축적한 사상이 집대성된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젼’ 전3권 중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변혁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에게 주는 지도이자 나침반과 같은 책이다.
이미 출간된 2권의 책에서 우리에게 닥칠 급격한 변화가 ‘개인’과‘경영’에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이야기하였다면 이 책에서는 ‘사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그 도전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관련 저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그는 그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socioecologist)라고 부른다. 그는 20세기 역사적 추세와 사회적 변혁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21세기 지식사회에서 개인들의 삶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하며 그리고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다.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가 없다면 개인은 올바른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존재마저 위협받게 된다. 지식사회에서 정부와 정치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이념과 질서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노학자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식사회에서 지식인들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자신들의 도덕성에 책임을 지지않으면 그 사회는 부패하게 된다. 지식인들이 새로운 책임을 어떻게 수용하고 이행하는가가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노학자의 충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이며 정치인이다. 그의 말처럼 미래는 기본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미래를 올바르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인실(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