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이자 플로리다대 교수인 데이비드 호델이 이끄는 연구팀은 “마야문명은 서기 900년경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멸망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가뭄설이 처음은 아니지만 호델의 견해는 단호하고 전면적이다.
호델은 마야문명 지역이었던 멕시코의 치칸카납 호수 바닥의 퇴적물을 조사한 뒤 그것을 통해 날씨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는 퇴적물 속에 들어있는 황산칼슘층에 주목했다. 강수가 줄면, 호수물에 들어있던 소금성분이 날아가고 황산칼슘이 남는데 이것을 통해 가뭄의 기간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델은 “208년마다 두드러진 가뭄이 발생했고, 최근 7000년 동안 최악의 가뭄은 750∼850년 사이에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마야문명이 멸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각 고고학자들의 반론이 이어졌다. 고고학자들은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마야문명이 가뭄으로 멸망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비판했다. 고고학자이자 윈더빌트대 교수인 매트 오만스키는 오히려 같은 마야문명권에서도 건조한 지역이 습한 지역보다 더 오래 유지됐다는 고고학적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부 유카탄반도의 건조한 저지대에서보다 남부 과테말라의 습한 고지대에서 먼저 마야문명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지질학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승자를 가려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증 부족으로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는 마야문명의 멸망. 현재로선 구체적인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