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L씨는 답안지가 분실된 중학생 집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감독관이 실수로 답안지를 분실한 것 같습니다. 재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할테니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준비했었는데…. 아이가 돌아오면 다시 연락드리죠.”
학생의 어머니 말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사태 수습이 막막하기만 한 L씨. 일손을 놓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저∼. 아까 전화받았던 학생 어머니인데요.”
떨리는 목소리였다.
“답안지 제가 갖고 있어요. 우리 아이가 시험 점수가 나쁘면 혼이 날까 두려워 아예 답안지를 들고 나와 버렸대요. 죄송해서 어쩌지요….”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