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아트페어는 바젤시가 해마다 베니스비엔날레(매년 건축과 미술로 나눠 번갈아 가며 운영) 개최시기에 맞춰 열고 있는 미술품 견본시장으로, 베니스비엔날레를 참관한 미술애호가들이 귀로(歸路)에 한번씩 들렀다 가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올 행사에는 각국에서 262개 화랑이 참가해 작가 1000여명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5만여명의 관람객이 입장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 바젤 아트페어의 특징은 미술사에 길이 빛날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 점.
로트렉의 ‘꽃 파는 여인’(1894년), 모딜리아니의 ‘신부와 신랑’(1915년), 피카소의 ‘잠자는 여인(1937년), 로트코의 ‘그린, 화이트, 블루 위의 그린’(1969년) 등 뛰어난 작품이 많이 나왔다.
피카소 마티스의 누드 드로잉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피카소의 연필 드로잉 ‘소녀’는 50만 달러에, 마티스의 목탄 드로잉 ‘여인 누드’는 150만 달러에 각각 출품됐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우리 화랑들은 지난해에 비해 20∼30% 늘어난 판매액을 기록했다. 갤러리 현대는 30여 점에 50만 달러 가량을, 갤러리 국제는 10여 점에 같은 50만 달러 가량을 팔았다. 갤러리 현대의 경우 소장 작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판매한 반면 국제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 저드 등 거장의 작품을 주로 판매했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는 철사를 이용해 그릇 형상을 만든 정광호(갤러리 현대), 한지를 말아 동양적 정서를 자아낸 전광영(갤러리 국제)의 작품이 거의 매진되는 등 인기를 모았다.
특히 정광호는 독일 뮌헨의 토마스 갤러리에서 초대전 제의를 받았으며, 전광영의 대작은 호주 캔버라 국립미술관이 구매하기도 했다.
아트페어 본전시에 앞서 마련된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행사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품 전시회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마련됐다.
이 전시에는 한국 작가가 세 명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노상균은 공중에 누워 있는 부처상를, 김수자와 구정아는 비디오와 설치작품을 각각 출품해 한국 젊은 작가들의 역량을 과시했다.
<바젤(스위스)〓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