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 땅에서, 가수들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립싱크로 가창력을 포장해야하는 이 나라에서, 그런 무도한 짓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음치가수 이재수(본명 이형석·29). SBS ‘토요일은 즐거워’에 출연하는 그는 다큐멘타리(KBS2 ‘인간극장’)와 시트콤(SBS ‘골뱅이’)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란’(耳亂)이란 제목의 정식 음반까지 나온다.
그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99년 대학친구 배칠수(본명 이형민)과 함께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배칠수의 음악텐트’(www.letscast.com)를 진행하면서 부터.
속칭 ‘이재수의 난’은 거기서 벌어진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편지사연을 듣고 이를 위로하는 내용의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주는 코너를 마련했다. 배칠수가 편지 사연을 읽으면 이재수가 완전히 깨는 목소리로 답가를 불러주는 것.
“사실 저는 죽기보다 싫었어요. 이래뵈도 제가 ‘카타르시스’라는 헤비메탈 밴드에서 3년간 보컬과 기타를 맡았던 가수지망생이었거든요.”
하지만 ‘스틸 러빙 유’, ‘쉬즈 곤’(She’s gone) 등 내로라 하는 락 발라드를 다 망가뜨려놓은 그의 노래는 e메일을 통해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을 점령하는 사태를 낳았다.
어쩌면 ‘해프닝’에 머물렀을지 모를 이 현상은 그가 지난해 서태지의 컴백에 맞춰 ‘울트라맨’을 ‘울트라면이야’로 바꿔 부르면서 높은 인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후 왁스의 ‘오빠’를 ‘누나’로,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를 ‘바닥에 누워’로 개사한 패러디 송을 잇따라 선보였다.
“제 목표는 마이클 잭슨 등 유명가수들의 노래를 개사한 ‘패러디 가수’ 얀 코빅입니다. 엽기가수 보다는 패러디가수로 기억해주세요.”
음반 발표를 앞두고 병원으로부터 공식 음치판정을 받았다는 그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요지경 세상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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