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은 다 알겠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는 것은 땅과 종교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쫓겨나게 된 아랍계 사람들이 고향 땅을 되찾으려다니 분쟁이 되풀이 되는 거다. 거기다 유태교의 성지이자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어느 한 쪽이 차지하고 있는 걸 피차 못 참는 것이다.
하는 짓이 야박해 보일 때도 있지만 이스라엘이 눈꼽 만큼 양보하지 않는 데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로마 시대 때 본거지에서 쫓겨나 2천여년 동안 온갖 박해를 당해온 유태인들로서는 손바닥만한 땅도 내주고 싶지 않은 거다.
나치에 의해 6백만 명이나 희생당한 적이 있고 중세 때 페스트가 번질 때 박해를 받았으며 스페인에서는 집단적으로 쫓겨난 적이 있는 그들이니까.
‘세계 지도로 역사를 읽는다’(황금가지 펴냄)는 이처럼 <종교 대립으로 국경선을 그은 민족 마찰의 흔적>을 비롯해 <약소 민족이 넓은 영토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밀> <강대국의 위협에서 문화와 긍지를 사수한 소국의 고투> <열강이 만든 비극의 역사> <지금도 계속되는 민족 분쟁의 불씨>를 소개하면서 세계지도를 단서로 삼는다.
도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메이지 학원대에서 가르치는 저자 다케미츠 마코토는 한 장의 세계지도가 만들어지게 된 경위를 요약해주기 위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두루 살펴본다.
신문 국제면을 수시로 차지하는 다민족국가 인도네시아의 분쟁, 독립문제를 놓고 벌이는 중국과 티벳의 갈등, 유고를 괴롭히는 민족분쟁은 물론이고 인도가 어떻게 다양한 민족을 통합해 하나의 나라를 만들었는지, 유럽을 한때 뒤흔들었던 합스부르크가의 영토가 얼마나 넓었는지, 유럽에는 왜 소도시 국가가 많은지, 소수민족 집시가 강대국의 박해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을 훑는다.
저자는 “50년, 100년 단위로 바뀌어온 세계 지도를 보면 얼마나 많은 민족이 흥망했고 얼마나 많은 국가가 건국됐다가 멸망했는지 알 수 있다”면서 “19세기말부터 민족문제에 근거를 둔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십 년, 어쩌면 백년 정도가 지나면 세계의 민족분쟁은 거의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세계사를 ‘땅따먹기의 역사’란 관점에서 기술한 이 책은 90여개의 지도를 함께 수록해 나라 또는 민족의 흥망성쇠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40개의 챕터를 지도까지 포함해 대여섯 쪽에 담는 형식을 취한 탓에 내용의 윤곽을 잡는 데는 좋지만 읽다만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는 중고생에겐 유익하겠으나 세계사에 밝은 이들에겐 ‘수박 겉핥기식’이란 소리도 들을만한 책이다. 232쪽. 8천원.
김태수<동아닷컴 기자>t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