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유학 소설가 작품 국내-외 엇갈린 비평

  • 입력 2001년 6월 26일 10시 44분


소설의 작품성을 판단하는 국내 평단과 외국 평단의 기준은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미국에서 발표되어 최근 한국에 역수입된 소설 하나가 다소 거창한 질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한 미아 윤씨(44)가 1998년 미국에서 발표한 'House of the Winds'(국내 번역본 제목은 '파란 대문집 아이들')가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아 지난 4월 미국 펭귄출판사에서 페이퍼백으로 재출간됐고, 지난달에는 소설가 김연수씨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선보였다. 국내 평단으로부터 크게 눈길을 받지 못한 이 작품은 두 나라의 소설관에서 차이를 잘 보여준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여자아이 '나'의 시선으로 1960-70년대 가난했으나 행복했던 한국의 한 가정을 시간별로 회상하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를 꿈꾸는 언니, 나를 알뜰하게 챙겨주는 착한 오빠, 수줍음 많은 막내, 그리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착한 어머니의 모듬살이가 차분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고 정감어리게 묘사함으로써 가난했으나 꿈이 있던 시절을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미국 평단에서는 '특히 시적인 문장이 탁월하다'('라이브러리 저널')거나, '현대 소설로서 최고로 꼽을 수 있다'('세계현대문학')는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소설이 국내에서 먼저 발표됐다면 미국에서 만큼 호평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이에대해 소설가 이문열씨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이 소설이 우리 기준의 전통소설 문법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 예를들면, 한 아이가 체험할 수 없는 60년대 한국사회의 다양한 변모를 말한다거나, 그 방식이 느닷없이 끼어든 대화의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는 점이 흠으로 잡힐 만하다는 것.

둘째, 감동의 구조가 지극히 정서적이란 것. 만약 이 소설이 한국어로 발표되었다면 우리 평자로부터는 감상적이거나 소녀취향의 낭만성이란 말로 혹평을 받았을 것이다. 동년배의 우리 여류작가들에게서처럼 감상을 호도(糊塗)하는 기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셋째, 구성이 평면적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기억하는 어릴적부터 성인이될 때까지 시간적인 순서로 회상이 배치되어 있는, 다분히 수필적 구조다. 내면적이고 서정성 짙은 회고록 같은 인상이 우리 평단에서 용서될 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이같은 흠(?)은 이국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이란 점 때문에 양해된 서투름인지, 아니면 미국의 소설 작법으로는 얼마든지 허용되는 유연함인지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씨는 "이 소설이 세계를 겨냥하는 우리 작가들이 창작론의 면에서 관심 있게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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