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작가 귄터 그라스 미술작품 전시회

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소설가 귄터 그라스(74)의 동판화와 스케치 작품 25점을 선보이는 ‘귄터 그라스 미술전’이 내달 7일까지 서울 중구 필동 한국현대문학관(02-2267-4857)에서 열린다.

귄터 그라스는 ‘양철북’ ‘넙치’ ‘무당개구리의 울음’ 등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하지만 그가 소설가인 동시에 미술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1959년 처녀작 ‘양철북’으로 화려하게 세계 문단에 데뷔하기 전에 미술가로 활동했다. 독일 뒤셀도르프예술대 등 두 군데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양철북’으로 유명해진 뒤에도 집필활동과 함게 동판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품 중 ‘넙치’ 연작화는 귄터 그라스가 장편 우화소설인 ‘넙치’(1977년)를 기획할 때부터 그린 스케치와 동판화 작품들이다. 그는 넙치 그림을 그리면서 소설을 구상했고, 소설을 쓸 때도 별도로 수 십점의 넙치 동판화를 만들었다.

‘넙치’ 뿐만 아니라 그의 미술 작업은 대개 소설과 연계되어 있다. ‘고양이와 쥐’(1977년)를 쓸 때는 쥐 연작그림을, ‘무당개구리 울음’(1992년)을 집필할 때는 개구리 연작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나의 세기’(1999년)에서는 매 장마다 각 연도를 대표하는 삽화를 그려서 책에 싣기도 했다.

전시작품들은 독일 정부가 귄터 그라스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각국 독일문화원을 통해 세계 순회전시를 갖고 있다.

현재 소설 ‘넙치’를 번역중인 고려대 독문과 김재혁 교수는 “귄터 그라스의 소설은 표현이나 구성면에서 문학적 요소이외에 조형적 요소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이번 그림들은 그의 문학세계를 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