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이 정도 효과가 나오자 이씨 부부의 기쁨은 대단했다. 우리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외국인을 ‘에비씨’라고 지칭하는 것도 다 영어에 친숙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도심 나들이에 나섰다가 길 가던 외국인을 보고 큰소리로 “에비씨야, 에비씨”라고 외치는 통에 무안해진 뒤부터는 문자와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누누이 가르쳤다.
휴일을 맞아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찾은 이씨 부부는 잠시 한눈 파는 새 멀리서 또래를 붙잡고는 또 ‘에비씨야 에비씨’를 외치는 아이를 발견했다.
달려가 ‘아임 소리’라고 말하려던 부부는 ‘미안하다 꼬마야’라고 말해야 했다.
그 아이는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한국인이었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