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교수는 5, 6차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했고 제7차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을 맡은 수학교육 전문가.
‘교육용 소품’이라는 사탕 항아리며 아기자기한 인형에 시선을 던지다 책장에 걸린 피에로 복장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기계적 풀이로는 흥미 잃어"▼
“몇 해 전 교환교수로 미국에 나갔을 때 구한 옷이에요. 이걸 입고 가르치면 산만한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학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호기심 유발. 피에로 복장이란 컨셉트는 그런 점에서 아주 성공적이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수학에 흥미를 보이는 학생이 100%에 가깝다. 하지만 단순한 수 계산에서 벗어나는 4학년 때나 증명문제가 등장하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을 고비로 90%가 수학에 항복하고 만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생명을 살리는 수학교육연구소’(02-522-5494).
지난해 문을 연 이 연구소에는 현재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90여명이 ‘재미있는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문제풀이식 수학교육을 받은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의 가정학습 지도를 하겠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부모들도 함께 수업을 받게 했다.
▼팬터마임 쇼로 호기심 유발▼
27일 오후 ‘피에로 교수’가 아이들에게 ‘1000-(150+280)〓?’이라는 식의 개념을 ‘화두’로 내놓았다. ‘백 설명이 불여 일 조작활동(百 說明而 不如 一 操作活動)’이라는 교육관을 가진 만큼 배 교수는 먼저 학용품을 이용한 ‘수학 팬터마임 쇼’를 선보였다.
괄호 안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먼저 150원, 280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연필과 볼펜을 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봉투를 내밀며 문방구 아저씨에게 1000원을 지불했다. 문방구 주인은 거스름돈으로 얼마를 내주어야 할까?
아이들에게 방금 보여준 팬터마임을 그림으로 그리라고 했다. 당연히 그림은 각양각색. 하지만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라는 주문에는 16명의 4학년 학생 중 14명이 대번에 ‘1000-(150+280)’이라는 답을 내밀었다.
▼답보다 개념-논리 깨치게▼
배 교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던진다. 답보다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을 위한 ‘수학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는 수학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재능아반’도 열 예정. 내달 9∼12일 오전 10시 EBS TV를 통해 수학교육 강좌도 연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